준이랑 선이란 꼬마가 살고 있었는데...
준이는 늘 선이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아이였어.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준이는 우산을 가방에 하나 더 꽂고는
늘 선이 집 앞에서 기다리곤 했었지.
선이가 나와서 방긋 웃으며 준이가 건네주는 우산을 받아 쓰는것이
준이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지.
그래서 준이는 언제나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곤 했었어.
세월이 지나서 선이와 준이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선이는 언제나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는 우등생이었지.
그래도 늘 비가 오는 날이면 준이가 학교까지 우산을 씌워주는 의식만은
언제나 함께 하곤 했어.
3년이 또 흘러 아주 당연하게도 선이는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에 들어갔어.
물론 준이도 그 학교에 지망했지만 떨어지고 말았지.
준이는 선이 옆으로 가기 위해 1년간 칼을 가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결국 그 학교에 들어가고 말았지.
그러곤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준이는 다시 선이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었지만
자꾸만 들려오는 불안한 소문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한거야.
선이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그렇지만 준이는 잠시 그랬을 수도 있다며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했지.
시간은 또 흘렀고 어느 가을날 준이는 늘 그렇듯이 우산을 가방에 하나더 꽂고는
선이네 집앞으로 가서 기다렸어.
잠시후 선이는 활짝 웃으며 집을 나왔고
준이는 다시 한번 그녀와 걸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
하지만 선이가 웃으면 반긴 것은 빗속에서 기다리던 준이가 아니라
어느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어떤 남자였어.
선이는 준이란 남자의 존재에 대해 아주 편안한 친구로만 생각했었고
또 늘 그렇듯 자신의 주변에서 지켜주는 것에 대해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만 있었지.
준이는 그로 인해 괴로워하다가 결국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지.
그리곤 다시 3년이 흘렀어.
선이는 그렇게 사귀던 남자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어.
잘 생긴 외모, 아쉬울 것 없는 배경에 끌려서 그를 사귀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행동 하나하나가 자꾸만 준이와 비교가 되는거야.
그렇게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자꾸만 싸움이 잦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한거지.
하지만 준이는 이미 자신을 떠난지 3년이나 지나 버렸고
비오는 날이면 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만 했던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준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된거야.
하염없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집 앞 골목길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며
기다리던 준이의 모습을 냉정하게 외면한 바로 그 날...
'3년전 오늘도 이렇게 비가 왔었지...'
하며 선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준이와 함께 했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어.
그러다 대학 도서관엘 찾아가게 되었지.
아...그런데... 선이는 막 도서관에서 나오며
담배를 입에 무는 준이를 먼발치에서 보게 되었어.
그러곤 우산을 펴며 어디론가 떠나는 준이의 모습을...
순간 선이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내었지.
준이의 가방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하나의 우산이 꽂혀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