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이야기이기에 이 곳에 올립니다...
===========(글: 이철환)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학교 끝나고 아빠한테 곧장와. 아빠 일하는 아파트 알지?\"
\"응, 알아.\"
오전 수업을 마친 영수는 아빠 일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영수는 아파트 화단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웃음을 머금고 솜사탕처럼 부풀어 있는 민들레 씨앗을 입으로 훅 불었습니다. 하얀 꽃씨들이 눈물처럼 나풀나풀 땅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때 아파트 2층 창문이 드르륵 열렸습니다. 두 아이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형, 누구게 멀리 날아가는지 시합하자. 알았지?\"
\"응.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날리는 거다. 자, 하나, 둘, 셋!!\"
셋을 세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두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허공 속으로 힘껏 던졌습니다. 손을 벗어나 땅 위로 떨어진 것은 종이비행기가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두마리의 노란 병아리였습니다.
병아리 한 마리는 콘크리트 바닥 위로 떨어졌고, 다른 한마리는 나무를 맞고 풀밭으로 튕겨졌습니다. 영수는 병아리가 떨어진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 갔습니다. 회색 콘크리트 바닥 위에 떨어진 병아리는 빨간 꽃잎처럼 흩어져 있었고, 풀밭 위에 누워 있는 병아리는 나팔꽃씨 같은 두 눈을 깜박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영수는 가엾은 병아리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병아리 내 꺼야. 이리줘.\"
\"안돼...\"
영수는 다친 병아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볼멘 소리로 말했습니다.
\"또 던질 거잖아.\"
\"던진거 아니란 말야. 날아갈 수 있나 시험해본 거야. 어서 내놔.\"
\".....\"
영수는 여전히 병아리를 감싸안은 채 눈물만 글썽였습니다.
\"어서 달라니까. 그 병아리 우리 애가 500원 주고 산 거란 말야.\"
아이들 엄마는 그렇게 다그치며 영수에게 다가가 병아리를 뺏으려 했습니다.
\"너 어른 말이 말 같지 않니? 참 맹창한 애로구나. 어디 사는 애니?\"
아이들 엄마는 험상궂은 얼굴로 버럭 화를 내며 다그치자 영수는 조용히 앞장을 섰습니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아파트 위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저 분이 우리 아빠예요.\"
영수가 가리킨 곳을 올려다보던 아이 엄마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높은 곳에는 한 남자가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페인트칠을 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영수 아빠였습니다.
잠시 아빠 모습을 바라보다가 영수가 다시 말했습니다.
\"얼마전에 아빠 친한친구 한 분이 일하시다가 떨어져서 돌아가셨대요. 우리 아빠도 높은 데서 떨어지면 얘네들이 창 밖으로 던진 병아리들처럼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영수의 손바닥 위에는 입을 삐죽 내민 병아리가 싸늘하게 죽어 있습니다.
\"아빠...\"
영수 입가로 들릴락 말락 하게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아빠가 한층 한층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진땀으로 젖어 있던 영수 얼굴은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4층까지 내려왔을 때, 아파트의 큰 창문이 열리더니 수더분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아빠를 향해 길게 팔을 뻗었습니다.
\"더우신 데, 이거 하나 드세요.\"
아주머니는 목련꽃처럼 웃으며 아빠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습니다.
영수 입가에도 어느새 화사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영수는 생각 했습니다. 밧줄만이 아빠 생명을 붙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드디어 아빠가 무사히 땅위로 내려왔습니다. 영수는 아빠에게로 달려가 목을 꼭 끌어안자 눈물이 나왔습니다. 땀으로 얼룩진 영수 아빠의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맻혔습니다.
영수야, 울지 마. 아빠 하나도 안 무서워. 우리 영수하고 엄마가 있잖아. 그리고 아빠를 걱정해 주는 고마우신 아주머니도 있고...\"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를 위해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영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무지개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