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백화점에 가자고 엄마를 졸랐읍니다.
\"엄마, 언제 데려갈거야?\"
\"아빠가 월급을 받아오면 가자꾸나.\"
\"그럼 몇 밤을 자야 해?\"
\"가만 있자, 오늘이 십 오일이니 열흘 남았구나.\"
\"열흘이면 열 밤을 자야 하지, 엄마?\"
\"그렇지, 네 열 손가락 전부를 꼽아야지.\"
\"와, 그렇게나 많이.\"
이번에는 엄마의 대꾸가 없읍니다.
엄마는 빨래를 하기 위해 이불호청을 뜯고 있읍니다.
\"에이, 엄마 시시해.\"
준이는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대문에 달아 놓은 방울종이 한참을
딸랑딸랑 울립니다.
엄마는 대문 틈으로 빠꼼히 내다보이는 골목을 보면서 한숨을 포옥 내쉽니다.
아빠의 월급을 받으면 집 살 때 빈 돈 이자 물어야지, 계돈내야지, 할아버지
약값 보태드려야지, 준이의 유치원비 내야지, 그러고 나면 한 달 생활비도
달랑달랑한데 저렇게 백화점에만 가자고 조르니 은근히 준이가 미워집니다.
옆집 리태네 엄마는 속도 모르고 백화점 구경시켜 주는 것이 뭐가 어렵느냐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 한번 준이를 데리고 백화점에 갔다가 완구점앞에서 비싼 로보트
사 달라고 뗴를 쓰는 통에 혼이 난 엄마입니다.
엄마는 수도가에서 시름을 씻어 버리기라도 하는 양 이불호청을 빨았읍니다.
몇 번이고 맑은 물로 헹구었읍니다.
대문의 방울종이 다시금 딸랑딸랑 울리었읍니다.
꽃밭가에 와서 쭈그리고 앉은 준이의 얼굴빛이 노오랬읍니다.
\"왜누구하고 싸웠니?\"
\"아니.\"
\"그런데 왜 그러니?\"
\"엄마, 나 점심 먹은 거 다 토했어.\"
\"뭐라구? 낮에 사 먹은 호떡이 체한 거로구나. 내가 뭐랬니? 군것질심하게
하지 말라 않던.\"
엄마는 약국으로 달려가서 소화제를 사 왔읍니다.
그러나 준이는 소화제를 먹고도 다시 토했읍니다. 자리에 누이자 어지럽다며
울었읍니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아빠가 달려왔읍니다.
\"이상한데, 병원에 한번 가 봅시다.\"
아빠가 준이를 업고, 엄마는 준이의 신발을 들고 병원으로 갔읍니다.
의사 선생님이 준이를 진찰해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였읍니다.
\"머리 사진을 한번 찍어 봐야겠는데요.\"
엄마 아빠는 말문이 막혀서 한동안 바로 서 있지를 못하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