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하늘하구 바다하구 사랑을 했대.
사람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계속되는 긴 사랑을 했대.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하늘은 바다를 닮아서 바다 색이 되고 바다는 하늘을 닮아서 하늘색이 되었대.
어스름 저녁이면 바다는 하늘에게 '사랑해' 라고 속삭였고 하늘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 노을을 빨갛게 물들였대.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행복한 사랑을 했대.
그런데 구름도 하늘을 사랑한 거야. 하늘은 너무도 높고 깨끗해서 구름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하늘은 바다
만을 쳐다보았대. 구름이 아무리 하늘을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하늘은 오로지 바다생각뿐이었대.
생각 다 못한 구름은 어느 날 하늘을 전부 가려 버렸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하늘이 너무너무 미웠던 거야.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볼 수 없게 되자 하늘은 너무 슬퍼서 한없이 눈물만 흘렸고 바다는 하늘이 그리워서 파도로 몸부림 쳤대.
바다는 매일매일 구름에게 한번만이라도 하늘을 보게 해 달라고 물보라로 애원했대.
결국 둘의 사랑을 보다 못한 바람이 구름을 멀리 내쫓아 버렸대. 구름의 사랑은 멀리 있을 때 아름다웠던 거야.
구름은 안타깝게도 자주 바람에게 밀려갔대. 다시는 하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대. 그래서 하늘이 자기에게 흘렸던
눈물이라도 소중히 머금고 갔대.
그 후로 하늘과 바다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먼 수평선에서만 사랑을 했대. 구름이 다가서면 멀리 도망 갈 수 있는 수평선
에서만 사랑을 했대. 그런 둘의 사랑을 보며 구름은 눈물만 흘렸대.
구름이 올 때마다 항상 비가 내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