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고 안 듣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혁명이라는 소설에 귀머거리 음악선생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선생님은 베에토벤의 예를 들면서 듣지 못하는 것이 음악을 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책의 주인공 쥘리에게 음악혼을
항상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묘사되고 쥘리 역시 그 선생에게
음악혼을 물려 받았다고 한다.
한데 이 선생이 수술을 받아 귀가 열리자 세상의 온갖 잡소리가
그냥 들려와 도무지 견딜 수 없어 교회의 종에 머리를 넣어
종소리로 인해 고막이 터지게 해 자살을 하게 된다.
올해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은 홍성암의 어떤 귀향에는
어릴 때부터 코의 구조가 잘못되어 평생 냄새를 못맡다가
용한 한의사로부터 침술로 코를 거쳐 냄새를 맡기 시작한 뒤
세상의 온갖 역한 냄새가 코로 들어와 견딜 수 없게 되자
다시 코를 막으러 한의사에게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혼의 귀로 소리를 들었던 개미혁명의 선생이나
아무 냄새도 못맡았던 어떤 귀향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세상 소리나 냄새에 조금도 길들여지지 않았다가
마침내 그것에 접했을 때 전혀 세상 소리나 냄새가
아름답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