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들쥐 부부 [김문기님]창작동화
시골에서의 일입니다. 가을 추수가 다 끝난 밭에 들쥐 부부가 이사를 왔어요.
"우린 여기다 집을 짓고 삽시다."
"그래요. 참 살기 좋은 곳이네요."
부지런한 들쥐 부부는 밭고랑에 아늑한 집을 지어놓았어요. 그리고 이곳 저곳에 떨어져 있는 콩이며 배추 잎사귀며 새끼 고구마들을 열심히 거두어 들였어요. 땀을 많이 흘렸지요.
"와, 우리는 인제 부자다!"
"신난다!"
들쥐 부부의 집에는 먹을 것이 가득 쌓았어요. 그런데,
"여보, 저 썩은 콩들은 내다 버리지요."
"그렇게 합시다. 우리 같은 부자가 썩은 콩까지 먹을 필요는 없잖소. 내다 버립시다."
들쥐 부부는 창고에 모아놓은 콩 중에서 썩은 것을 골라 집밖으로 가지고 나갔어요.
그런데 그 밭에는 들쥐 부부뿐만 아니라 개미들도 수없이 찾아와 먹을 것을 모으고 있었지요.
한 개미가 말했어요.
"그 썪은 콩을 버리려고 하나요? 그럼 저희들을 주세요."
들쥐 부부는 썩은 콩을 먹기는 싫었지만 그렇다고 개미들에게 주기도 싫었어요.
"싫어. 이 얄미운 개미들아!"
"주세요."
"싫어. 멀리 내다 버릴 거야."
그런데 그 썩은 콩을 버리려고 하면 개미들이 다가와 있었고 또 다른 곳으로 가 버리려고 하면 거기에도 개미들이 찾아와 있는 것입니다.
"참 악착같은 개미들이군."
들쥐 부부는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개미들이 모르는 아주 먼 곳에 갖다 버립시다."
"그래요. 저 꼴보기 싫은 개미들에게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한 들쥐 부부는 썩은 콩을 가지고 길을 떠났어요.
"아니? 여기에도 개미들이 있네!"
들쥐 부부는 더 먼 곳으로 갔어요.
"휴, 이 정도는 됐겠지."
"개미들이 여기까지는 못 찾아올 거예요."
들쥐 부부는 개미들이 보이지 않는 아주 먼 곳으로 가서 썩은 콩을 버렸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여보, 날이 어두워졌어요."
"아니, 우리가 어디로 하여 여길 왔을까? 어떻게 집을 찾아가지? 큰일 났네!"
"집을 찾아갈 수 없게 되었잖아요. 어쩜 좋아!"
썩은 콩이지만 개미들에게 주기 싫다며 너무 먼 곳으로 온 들쥐 부부지요. 하지만 그들은 먹을 것이 참 많이 쌓여있는 그들의 집을 다시는 찾아갈 수 없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