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선생님
밥 짓는 선생님 서지영님 /전남 곡성군 곡성읍
작은 말써을 피우며 항상 어두운 얼굴로 교무실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근정이는 우리 학교의 골칫거리였으며, 우리 선생님 모두 어쩔 수 없는 애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그런 근정이가 2학년이 되었다. 그녀석의 담임을 맡은 선생님은 가장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호라이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학기 초에 가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신 선생님께서 근정이의 집안 사정을 내게 설명하며 너무 가슴 아파하셨다. 알고 보니 근정이는 소년소녀 가장이었다. 병든 할머니와 단 둘이 담도 없는 허술한 집에 살과 있는데, 끼니나 제대로 해결하는지 의심이 될 만큼 가난했다고 한다. 그런 근정이에게 선생님은, 도시락을 싸오지도 않고 점심 시간마다 운동장을 배회하며, 자주 수업을 빼먹는다고 호되게 야단쳤던 일들이 후화스럽다며 괴로워 하셨다. 그 뒤 선생님은 배고픈 설움이 무엇보다 크다며 학교에서 근정이의 점심을 손수 짓기 시작하셨다. 처음에나는 근정이가 자존심 상해 하진 않을까 무척 걱정했다. 그러나 한창 예민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근정이는 선생님의 마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근정이와 근정이의 담임 선생님은 한솥밥 먹는 한 식구가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모든 일에서 근정이를 믿고 격려해 주셨다. 그 믿음 속에 근정이는 조금씩 변해 갔다. 교무실 출입이 뜸해진 것은 물론이며, 선생님으 똑바로 바라보면서 농담까지 할 정도로 밝아졌다. 나는 선생님과 근정이의 특별한 만남이 부러웠다. 그 녀석의 외로움을 가슴 열어 안아 주신 선생님의 사랑이 아름다웠고, 그 사랑을 믿고 기다렸다는 듯 한달음에 가려가 안긴 근저이으 벅찬 마음이 정말 믿음직 스러웠다. 오늘도 근정이의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을 나서며 나에게 부탁하신다. "선선생,지금 나 수업 들어가, 쌀 다 씻어 놓았으니 불만 켜주라!" 그리고 잠시 뒷면 언제나처럼 "잘 먹겠습니다.!"하는 근정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1998년 7월호 <좋은 생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