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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이연경]

Free~     날짜 : 2000년 05월 05일 (금) 8:50:26 오전     조회 : 2566      
주룩 주룩 우두두.
쉬이 그칠 것 같지도 않은 비가 곱지 않게 내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 보리네반 친구들은 학교 현관문 앞에 우그르르 모여 서서 집에 갈 걱정들로 야단입니다.
보리는 신발주머니를 머리 위에 착 이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앞까지 냅다 뛰어갑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우산을 들고 길게 늘어선 많은 엄마들 사이를 빠르게 훑으며 뛰어갑니다.
보리는 비 오는 날이 싫습니다. 특히 학교가 끝날 때 갑작스레 내리는 비는 더욱 보리를 속상하게 합니다. 학교 앞을 빽빽이 메운 수많은 우산들. 그 속에 보리를 기다리는 우산은 절대 없을 겁니다. 머리에 인 신발주머니. 그걸 잡은 보리의 얇은 팔뚝을 따라 빗물이 주울줄 흘러내려 겨드랑이가 다 젖어 버립니다. 교문을 빠져 나온 보리는 걸음을 늦춥니다.

학교 축대 옆 100개나 넘는 돌계단이 보입니다. 그새 다 젖어 버린 빨간 운동화를 차근차근 계단 위에 내려놓는 보리는 거의 주저앉은 자세로 조심조심 생각합니다.
'이 계단 끝에 우산을 든 엄마가 계실지도 몰라. 어쩌면…….'
계단이 끝났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보리는 비를 맞으며 갑니다.
병원 앞 사거리를 지나고 골목길이 시작되는 언덕을 오릅니다. 골목 옆에 세워진 튀김집 포장마차 지붕에 빗물이 고였는지 푸욱 꺼진 천막이 힘겨워 보입니다. 동시에 비탈길을 오르느라 약간 벌어진 보리의 입 안 가득 핫도그 냄새가 사악 차오릅니다. 괜히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저 천막 밑에 엄마와 동생 민이가 있을지도 몰라. 케찹 바른 핫도그를 들고….'
포장마차 안으로 뛰어 들어간 보리는 천막 끝에 오그리고 섰습니다. '뭐 줄까?'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인 아줌마를 등지고 앞 머리카락에 흐르는 빗방울을 한 손으로 탈탈 털어 봅니다.
골목이 끝나는 행길.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민이가 집 근처에서 목을 빼며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학교까지 오는 길을 모르니깐.'
양 옆으로 줄지어 선 가게들과 오가는 색색깔의 많은 우산들이 흘끗흘끗 보리를
쳐다 봅니다.
'기저귀 찬 준식이를 업고 대문 앞에 서 계실 거야. 걱정 많이 하시겠다.'
철퍽철퍽 물찬 운동화 소리가 행길가에 무지개빛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마구 흐트러 놓습니다. 보리는 아무도 서 있지 않은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마루 밑에 아빠의 신발이 낯설게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택시 운전을 하시는 아빠가 일찍 들어오셨나 봅니다. 방문 틈으로 주무시는 아빠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침에 보리가 우산을 챙겨 가지 않은 것을 아빠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보리는 조용히 부엌문을 열었습니다.
'드르륵'
"왔니?"
'또각 또각 또각'
잠든 준식이를 등에 업고 엄마는 감자를 썰고 계십니다. 그릇엔 잘 다듬어진 닭고기가 허연 살을 내놓고 춥게 엎어져 있습니다. 아빠는 닭고기를 좋아하십니다.
"아빠가 일찍 들어오셨다."
"민이는?"
"자는 것 같던데……."
보리는 부엌문 토방에 그대로 쭈그려 앉아 엄마를 바라봅니다.
'스윽 스윽 탁탁탁 탁'
고추장에 양념을 비비십니다.
비 오는 날 보리는 단 한번도 우산 들고 마중 나온 적이 없는 엄마를 원망해 본 일이 없습니다. 동생 민이와 준식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좀 다릅니다.
마루 건너 안방에서 아빠의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제서야 보리는 가방을 내려놓고 마루에 걸터앉습니다.
"엄마! 언니 올 때 됐지? 나 언니 마중 갔다 올게."
우산 두 개를 들고 대문으로 향하던 보리의 젖은 운동화가 마루 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아빠의 신발 앞에서 딱 멈춰 섭니다. 한쪽 발이 뒤로 물러서더니 신발을 '툭' 차 버리고는 얼른 대문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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