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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에는 공해가 없다 [저자:김옥곤]

프리     날짜 : 2000년 04월 18일 (화) 3:16:58 오후     조회 : 2274      
우리 아파트에는 공해가 없다

김 옥 곤


수진이네가 우리 동네에 이사오던 날이었습니다.
휴일인 그날 아침, 하늘은 온통 짙은 회색빛이었습니다. 돋질산 너머 비료공장과 그 옆으로 석유화학공단에서 내뿜는 잿빛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그날 나는 7층에 있는 우리 집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맞은 편의 101동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01동 9층에 사닥다리차가 이삿짐을 실어올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혹시 수진이네의 이삿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베란다의 창을 열려다가 그만 손을 멈췄습니다. 이런 날 베란다의 창을 열었다가는 냄새나는 바깥 공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게 뻔했으니까요.
아빠는 안방에서 늘어지도록 늦잠을 자고 있습니다. 엄마는 뒤베란다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살그머니 밖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아파트 통로 앞의 광장으로 나왔을 때였습니다. 매캐한 공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나는 고개를 쳐들고 까마득히 높은 아파트의 숲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파트의 창이란 창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굳게 문을 닫아 걸고 있었습니다. 아직 에어컨을 돌리기에는 이른 오월 초순인데도 말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수진이네 이삿짐이었습니다. 마침 수진이 아빠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미끄러져 들어왔습니다. 차안에서 수진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듭니다. 수진이는 남동생인 수찬이의 손을 잡고 내리면서, 대뜸 나를 불렀습니다.
"야, 이철규. "
나는 얼굴이 발개졌습니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수진이가 그날 따라 훨씬 더 예뻐 보였습니다. 나는 수진이 아빠와 엄마에게 꾸벅 절을 했습니다. 수찬이가 형아, 하고 내 팔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이, 이게 무슨 냄새야. 아빠, 지독해."
갑자기 수진이가 수선을 떨었습니다. 수찬이도 얼굴을 찡그립니다. 그러나 수진이 아빠와 엄마는 태연한 얼굴입니다. 이때 옆으로 다가온 경비실 아저씨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아니 냄새는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집값 떨어져, 녀석아. "
그러면서 경비실 아저씨가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수진이 아빠와 엄마도 경비실 아저씨를 쓸쩍 훔쳐보며 눈웃음을 쳤습니다.
나는 어른들이 서로 주고 받는 그 눈웃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수진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수진이가 공해 냄새를 맡고도 시침을 뚝 떼게 되는 데는 사흘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모두가 그렇듯이 수진이도 이제 누가 물어도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우, 우리 아파트에는요, 공해가 없어요. "
아마 수진이도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단단히 주의를 받았을 겁니다.
"수진아, 냄새가 나더라도 일년은 참아야 돼. 빠르면 육개월 뒤에 전세를 주고 이사를 갈 수도 있단다. 이걸 분양 받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도 잘 알지? 누구한테도 공해가 심하단 얘긴 절대 해선 안돼요. 만일 이 정도로 심한 줄 알아봐 집값 뚝 떨어질텐데. 그럼 우린 큰 손해를 보게 된단다. 값이 오를 때까지 죽은 듯이 입다물고 있어야 하는 거야, 알겠지? 좋은 기회에 제값을 받고 팔게되면 공기 맑고 물 좋은 다른 아파트로 이사가서 살 거야, 우린. 그때까지 누가 물어도 우리 아파트에는 공해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야. 자 수찬이도 한번 따라 해봐. 우리 아파트에는 공해가 없습니다아… 오, 옳지. 우리 수찬이 아주 잘 하네. "
그러면 덩달아 수진이 아빠도 우리 아빠처럼 흥분해서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젠장, 벼 한포기 자랄 수 없는 땅에 이런 고층 아파트를 마구 지어서 어쩌자는 건지 원. 여긴 원래 공해차단지역이었다구. 은행나무 같이 공해에 강한 나무들만 심었어야지. 어쨌거나 빨리 여길 떠나야 할텐데. 너희들 엄마 말 잘 알아들었겠지, 응? "
두 눈을 부릅 뜬 아빠를 보고 수진이와 수찬이는 고개를 끄덕였을테지요.


수진이와 나는 똑같이 오학년입니다.
삼학년부터 지금까지 죽 한반을 해왔습니다. 올 봄에는 둘이 짝꿍이 되어 훨씬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진이가 우리 동네 아파트에 이사를 오고부터는 왠지 우리 사이가 서먹서먹해졌습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수진이네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수진이 엄마가 전화를 받는 걸 들었습니다.
"네. 전세 놓았어요. 오천육백이요. …공해요? 울산이야 어딜가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문처럼 그렇진 않아요.네에, 잘 알겠습니다.그럼 기다리겠어요."
이때 수진이 방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던 수찬이가 불쑥 이렇게 물었습니다.
" 형, 우리 아파트에는 공해가 없다, 그쟈? "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입을 삐죽 내밀고 톡 쏘아붙였습니다.
" 치, 근데 냄샌 지독해."
그 순간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힐끗 수진이를 보았습니다. 그애의 얼굴은 수찬이가 그린 빨간 해보다 더 붉어져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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