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그리고 어른들의 세계를..
솔직하고 예민하게 바라보던 제제에게,
어른들이 주는 상처로 인해......
맘 아파하고....힘들어하고.. 울고 싶을때마다 달려가....
모든 얘길 쏟아부어도...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던....
밍기뉴란 이름의 제제만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있었듯이...
지금의 다 큰 제제(?)에게도........
제제만의 밍기뉴가 있었음.. 하는 간절한 바램에서 겠죠?^^**
원작:바스콘셀로스
제 1 부
<크리스마스 날 때때로 악마의 소년이 태어나기도 한다>
제 1 장 철이 들 무렵......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또또까 형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곳 저곳 구경시켜주며 가르쳐 주었다. 그런 형이 있어 나는 매우 행복했다.
내가 사물을 깨닫게 된 것도 집밖이었으며, 집안에서는 나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했으므로 실수를 자주 했고, 그런 날엔 사정없이 몽둥이 세례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날 혼내 주는 사람이 없었으나, 차츰 식구들은 내가 장난꾸러기라는 것으로 낙인찍었으며, 그 후로 나는 매일 같이 '개새끼', '말썽꾸러기', '악마 같은 고양이' 라느니 하면서 나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만약밖에 나가 놀지 않았더라면 노래 부르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노래란 참으로 아름답다. 또또까 형은 노래 부르는 것 외에 휘파람도 아주 잘 불었다.
나는 아무리 흉내를 내려고 해보아도 또또까 형처럼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형은 옆에서 애써 가르쳐 주었지만, 나팔과 같은 동그란 입술모양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속으로 노래 부르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엉성하긴 했으나,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즐겨 부르시던 노래 중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시고 우물가에서 일을 하셨다.
허리엔 앞치마를 두르시고 오랜 시간 동안 손을 물에 담그시고 비누거품을 내시며 빨래를 하셨다.
그리고 빨래가 다 끝나면 빨랫줄을 옷을 너시고는 장대로 빨랫줄을 받쳐 올리셨다.
어머니는 다른 옷들도 같은 방법으로 빨래를 너시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집안 형편 때문에 화울랴베르 박사 댁의 빨래를 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키가 크고 아주 날씬한 미인이셨다.
까만 피부에, 검은 생 머리, 머리를 묶지 않고 늘어뜨리면 그 머리는 허리까지 닿았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실 때의 어머니 모습만큼 아름다워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아 그 노래를 배웠다.
사공아, 사공아,
야속한 뱃사공아
당신 때문에
난 죽을 것 같소
파도는 춤을 추고,
그 바다 깊숙이
내 사랑 뱃사공도,
말없이 떠나갔네
뱃사공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 한다네,
배가 닻을 올리면
뱃사공도 떠나가네,
파도는 춤을 추고........
지금까지도 이 노래를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슬픔이 온 몸을 스쳐 가곤 한다.
또또까 형이 갑자기 나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렸다.
"무슨 생각했니, 제제?"
"아무런 생각도 안 했어. 그냥 노래하고 있었어"
"노래?"
"응."
"그렇다면 내가 귀가 먹었나?"
그럼 아직 형이 속으로 노래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걸까?
난 입을 열지 않았다.
만일 형이 그것을 모른다면 가르쳐 주지 말아야 겠다.
우리는 '리오-상파울로'간선 도로변에 닿았다.
그곳에는 자동차 뿐 아니라, 마차, 자전거들도 달리고 있었다.
"잘 봐, 제제!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양쪽을 잘 살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잘 살펴가며, 자! 건너자!"
우리는 막 달려서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무섭니?"
속으로 무서웠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
"다시 건너가자. 그리고 나서 네가 잘 하는지 시험해 보겠다."
그리고 다시 원 위치로 건너왔다.
"자, 이젠 너 혼자 건너! 어른이 된다는 것을 두렵게만 생각하면 안돼."
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자! 건너!"
나는 거의 숨도 멈춘 채 길을 건넜다.
그리고 약간 머뭇머뭇 했다.
그리고 형을 보았다.
형은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처음치고는 아주 잘 했어. 하지만 한 가지 잊은 게 있는데, 차가 오나 안 오나 양쪽 을 잘 살펴야지.
늘 형이 신호를 해 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 돌아오는 길에 더 연습하도록 하고 지금은 네게 보여 줄 곳이 있다."
그리고 그는 내 손을 꼭 움켜쥐고는 천천히 걸었다.
내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또또까 형!"
"응!"
"철드는 일이 굉장한 일이야?"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니?"
"에드문드 아저씨가 그러시던데?"
"난 조숙해서 곧 이성을 알만한 나이에 접어든대. 그런데 난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거든."
"에드문드 아저씨 바보야. 항상 복잡한 일만 잔뜩 머리에 집어넣고 사신단 말야."
"바보 아닌 것 같아. 아저씨는 척척박사야. 나도 아저씨처럼 크면 척척박사가 될거야.
시인도 되고, 그래서 나도 나비 넥타이를 매고 다닐 거야. 어느 날엔 가는 꼭 나비 넥타이를 매고 사진을 찍을 거야."
"나비 넥타이는 왜?"
"나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시인은 거의 없거든.
에드문드 아저씨가 잡지에 난 시인들의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거기에는 한 분도 나비 넥타이를 매지 않은 분이 없었어."
"제제, 아저씨가 네게 말씀하시는 걸 모두 믿지 마. 에드문드 아저씨는 얼간이 같고, 거짓말쟁이 거든."
"그럼, 아저씨가 갈보의 아들이야?"
"야, 넌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게 아니냐. 에드문드 아저씬 그렇지 않아. 난 다만 얼간이라고 했어.
반미치광이 말이야."
"형이 아저씨를 거짓말쟁이 라고 했잖아?"
"그 말하고 거짓말쟁이하고 무슨 상관이라도 있니?" "아냐, 상관 있어.
저번 날에 아버지께서 쎄베리노 아저씨와 카드놀이를 하면서, 씨베리노씨가 마닐라 여송연을 피우면서 라본네 아저씨를 보고 '갈보의 아들 녀석이 거짓말만 하고 다닌다' 고 하셨어.
그런데 누구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어."
"어른들은 그런 말을 해도 나쁘진 않아."
얘기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에드문드 아저씨는 그렇지 않아.... 으음... 그럼 얼간이는 또 뭐지, 또또까 형?"
형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저씨는 얼간이가 아니고, 얼마나 착하신 데,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날 단 한 번 때렸을 뿐 그것도 아주 약하게 때리셨어."
또또까 형은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다.
"아저씨가 널 때리셨니? 언제?"
"장난이 몹시 심하다고 글로리아 누나가 날 진지냐 할머니 댁에 보냈었어.
그때 아저씨께서 신문을 보시려 하셨는데 그때 안경이 없어졌거든.
아저씬 몹시 찾아 헤매셨어.
진지냐 할머니께 여쭤 보셨으나 할머니께서도 찾는 중이셨어.
두 분 이서 이곳 저곳을 찾아 헤매셨어. 내가 아저씨께서 구슬을 사게 일 또스땅(포르투칼어의 옛 화폐단위)을 주신다면 가르쳐 주겠다고 했지.
아저씨는 자기 조끼 있는 곳으로 가셔서 일 또스땅을 내게 주셨어.
그리고는 찾아오라고 하셨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빨래 통에서 지저분한 옷을 들쳐 안경을 끄집어내어 갖다 주었지.
그러자 아저씨는 화를 내시면서, '바로 네놈 짓이구나. 이 불한당 같은 녀석아!' 하시며 내 볼기짝을 한 대 때리시곤 돈을 도로 빼앗아 가셨어."
또또까 형은 한참 동안 깔깔거리며 웃었다.
"거길 간 것은 매를 좀 덜 맞을까 해서 갔는데, 거기 가서도 매를 맞았구나. 좀 빨리 가자 이러다간 아주 늦겠다."
난 계속 에드문드 아저씨 생각을 하였다.
"또또까 형, 어린애들도 퇴직자야?"
"무슨 소리하는 거니?"
"에드문드 아저씬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돈을 벌잖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도 시청에서 매달 아저씨에게 돈을 주고 있잖아."
"그래서?"
"애들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도, 밥 먹고, 놀고, 잠만 자는데 부모들로부터 돈을 타잖아."
"퇴직자는 달라, 제제."
"퇴직자는 애드문드 아저씨처럼 이미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머리가 하얗게 되시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녀야만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제제, 이제 제발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자. 넌 아저씨에게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니까.
아저씨에게 여쭤봐. 나한테는 그런 복잡한 것은 묻지 마. 넌 다른 아이들처럼 행동할 수는 없냐?
말을 함부로 하는 것까지 괜찮은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채우려고 하지는 말야.
그게 싫다면 굳이 너하고 다닐 필요가 없겠어."
난 기분이 상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노래도 부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노래하는 작은 새도 멀리 날아간 듯 느꼈다.
걸음을 멈추며 또또까 형이 어떤 집을 가리켰다. "저 집이야."
"어떠니?"
그저 평범한 집이었다. 푸른색 창문이 달려있는 하얀 집이었다. 집은 조용했으며, 또 문도 모두 채워져 있었다.
"맘에 들어."
"그런데 왜 여기로 이사해야 하지?"
"그것은 여기가 더 좋기 때문이야."
울타리 너머로, 망고나무(옻나무 과의 늘 푸른 키 큰 나무. 인도 원산. 열매는 식용으로 쓰임.) 한 그루와 다른 쪽엔 따마린두나무(열대산의 상록 교목. 열매도 따라란두라 함)가 있었다.
"넌 아무거나 알고 싶어하는 아이니까,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눈치챘겠지? 아빠 는 실업자가 되고 놀고 계시잖아,
아빠는 스코트훨드 아저씨와 싸워서 나온 지가 여섯 달이 넘었단 말이야.
랄라 누나가 공장에 나가 일하는 것도 넌 모를 거야.
또 엄마가 시내의 영국인 방직공장에서 일하시는 것도 넌 모르고 있어.
이 바보야? 이게 모두 새집의 집세를 모으려고 하는 것이란 말이야.
현재 살고 있는 집은 8개월 치나 세가 밀려 있단 말이야.
넌 어려서 그런 어려운 사정을 몰라.
하지만 난 집안을 돕기 위해 성당에서 미사 돕는 일을 그만 두어야 겠어."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또또까 형, 흑표범 한 마리와 암사자 두 마리도 여기에 가지고 올 거야?"
"물론 가져와야지. 닭장을 뜯어올 사람이 여기 이 형님 말고 또 누가 있니?"
그리고 나를 약간 안쓰러운 듯 바라보았다.
"내가 닭장을 뜯어 와서 이 자리에다 다시 만들어 줄게."
나는 마음이 놓였다. 만약 그것이 없어진다면, 동생 루이스를 데리고 놀 장소를 만들기 위해 또 머리를 복잡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 봐, 제제. 내가 너하고 얼마나 사이가 좋으니?
그러니 네가 그 일을 어떻게 했는지 가르쳐 주는 것도 좋지 않겠니?
네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나 알려 줄 만도 한데."
"맹세할게 형. 정말 난 모른단 말야."
"거짓말하지마, 누군가 네게 가르쳐 주었을 거야."
"정말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았어.
또 가르쳐 준 사람도 없단 말이야.
있었다면 아마 잔디라 누나 말처럼 나의 代父인 악마께서 내가 자는 사이에 가르쳐 주었을 거야."
또또까 형은 알 수 없다는 듯이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사실을 알려고 머리에 알밤을 먹이며, 설득을 했으나 난 말하지 못했다.
"그런 일을 혼자서 터득한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누구도 그 일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말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신비였다고 할 수 있다. 몇 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집안이 온통 떠들썩했는데, 그 일은 내가 진지냐 할머니 댁에서 신문을 보고 계신 에드문드 아저씨 곁에 앉아있던 때부터 시작된다.
"아저씨!"
"왜 그래?"
모든 어른들이 그렇듯이 아저씨도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계셨다.
"아저씨께서는 읽는 법을 언제 배우셨어요?"
"아마 여섯 살, 아니면 일곱 살이었을 게다."
"다섯 살에도 읽을 수 있나요?"
"노력하면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렇게 쉽지 않아. 다섯 살은 너무 어리니까."
"어떻게 읽는 법을 배우셨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글자판을 보고 배웠지. 'B'에다가 'A'를 더하면 'BA'가 된다.
이런 식으로 배웠지."
"모두 다 그렇게 해야만 배울 수가 있나요?"
"내가 아는 바로는 그래."
"그럼,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야만 하나요?"
아저씨는 귀찮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이봐, 제제. 모두들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단다.
그러니 제발 신문 좀 보게 날 귀찮게 하지 말아다오.
뒤뜰에 고이아바(열대 아메리카에서 나는 작은 관목의 열매)가 있는지 가 보아라."
그러시더니 안경을 다시 고쳐 쓰시고 읽기를 계속하셨다.
그러나 난 귀퉁이에 앉아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서부 영화에 나오는 하얀 망아지예요.
그 망아지의 주인은 후레드 톰슨 이고요, 그리고 말을 잘 듣는 망아지예요."
"바퀴 달린 망아지 말이냐?"
"아녜요.
머리 부분이 까맣고, 말고삐가 달린 그런 장난감 망아지를 갖고 싶어요.
또 손잡이를 달고 달릴 수 있는 거요.
이 다음 영화에 출연하려면 그것을 길들여 놔야 하니까요."
아저씨는 계속 웃으셨다.
"알았다. 그것을 사주면 너 아저씨에게 무엇을 주겠니?"
"저도 아저씨를 위해 어떤 일을 해 보이겠어요."
"뽀뽀 말이냐?"
"뽀뽀보다 더 좋은 게 있어요."
"그러면, 꼭 껴안아 줄 테냐?"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에드문드 아저씨가 무척 불쌍해 보였다.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여러 번 들어왔던 이야기로 아저씨께서 조심조심 걷고 계실 때는 그것이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란 것을 누가 알아주랴?
게다가 자식들은 아직까지 아버지를 뵈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탁자 뒤를 돌아 아저씨의 목을 꼭 껴안았다. 아저씨의 부드럽고 흰 머리카락이 내 이마를 스쳤다.
"이것은 망아지를 사 주신다고 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다른 일을 해 보여 드릴께요. 읽는 것 말이 에요."
"제제, 네가 글을 읽는 단 말이냐?
그게 무슨 말이냐?
누가 네게 글을 가르쳐 주었니?"
"아무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어요."
나는 아저씨 곁을 떨어져 문지방에 서서 말했다.
"만약 금요일 날 제가 읽지 못한다면 망아지를 사 주지 않으셔도 좋아요."
그 후, 전기세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라이트' 전기회사가 전기를 끊어갔기 때문에 밤마다 잔디라 누나는 등불을 켰다.
그래서 나는 '별'이란 신문을 보려고 발을 곧추세워야만 했다.
그 신문에는 별이 하나 그려져 있었고, 그 밑엔 집을 지켜 달라는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잔디라 누나, 나 목마 좀 태워 줘. 저것 좀 읽게."
"장난 좀 하지마, 제제 난 지금 굉장히 바빠."
"글세, 날 좀 올려 줘. 그리고 읽나 못 읽나를 한 번 봐."
"좋아, 제제 만약 날 놀리면 가만 두지 않을 테야."
누나는 나를 목에 올려놓고 문 뒤로 바싹 붙여 주었다.
"자, 이제 읽어 봐. 진짜 읽을 수 있는 지 보고 싶구나."
그래서 난 적혀 있는 대로 읽었다.
그것은 가정의 안녕과 축복을 빌고 악귀를 쫓아달라는 기도문의 일종이었다.
잔디라 누나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입을 딱 벌리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제제, 너 이걸 어떻게 외웠니? 너는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거지."
"잔디라 누나, 맹세하지만 난 모두 다 읽을 수 있어."
"누구도 배우지 않고는 읽을 수 없어.
에드문드 아저씨가 가르쳐 주셨니, 아니면 진지냐 할머니시니?"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았어."
누나는 다른 곳을 가리켰고, 나는 그것을 읽었다.
그것도 아주 또박또박 읽었다. 그러자 누나는 큰 소리로 글로리아 누나를 불렀고, 글로리아 누나는 흥분하며 알라이데를 부르러 뛰어 나갔다.
그러자 잠깐 사이에 이웃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 왔다.
지금 또또까 형이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이 문제이다.
"아저씨가 네게 미리 가르쳐 주시고 나서, 네가 읽을 줄 알면 망아지를 사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거지?"
"아냐, 그렇지 않아."
"내가 아저씨한테 물어 볼 테야?"
"그럼, 가서 물어 봐.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정말이야,
만약 내가 알고 있다면 형에게 얘기했을 거야."
"좋아, 두고 보자. 뭘 해달라고 하기만 해 봐라."
형은 화가 나서 내 손을 확 잡아 당겼다.
그리고는 뭔가 복수할 것이 없나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좋아, 바보야. 넌 뭐든지 속성으로 배운단 말이야.
그래서 아마 내년 2월엔 학교에 입학해야 될 거야."
이것은 잔디라 누나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집안이 온 종일 조용할 테고 학교에 가면 내가 얌전해지겠지 하는 계산에서 였다.
"'리오-상파울로'간선도로에서 연습 좀 더 하도록 하자.
학교에 갈 때마다 네 노예처럼 따라다니며 건네 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
넌 무척 똑똑하니까 이 일도 금방 잘 할 수 있을 거야."
"망아지 여기 있다. 이젠 뭔가 보여줘야지."
아저씨는 신문을 펼치시고 약품 선전광고 문을 지적해 주셨다.
"이 약품은 모든 약방이나 그런 종류의 상품을 파는 곳에서 살 수 있습니다."
에드문드 아저씨는 당황한 목소리로 뒤뜰에 계신 진지냐 할머니를 부르셨다.
"어머니, 이 애가 약방(Pharmacia)이란 글자까지 정확하게 읽었어요."
두 분이 내게 또 다른 곳을 가리켰고, 나는 모두 읽어 보였다.
그러자 할머니께선 세상이 뒤바뀌려나보다고 중얼거렸다.
결국 난 망아지를 갖게 되었고, 다시 한 번 에드문드 아저씨를 꼭 껴안아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 턱을 살며시 잡으시며 감격하신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넌 정말로 천재로구나! 넌 곧 큰 인물이 될 거야.
내가 널 제제(Zeze, 여기선 모세란 뜻으로 쓰임)라고 부른 것은 우연이 아니로구나. 넌 우리 주변을 환히 비춰 줄 별이며 태양이 될 거야."
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아마 또또까 형의 말처럼 얼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 넌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지.
이것은 이집트(애급)의 요셉에 대한 이야기란다.
네가 더 자라면 내가 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될 거야."
난 이야기라면 반 미칠 정도로 좋아했다.
게다가 이해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흥분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