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후, 컴퓨터실에서 나온 의사 선생님이 급히 엄마 아빠를 찾았읍니다.
\"수술을 서둘러야겠읍니다.\"
준이는 이내 환자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깎았읍니다. 큰 주사를 맞으며
수술 시간을 기다렸읍니다.
울고 있는 엄마를 보고 준이가 말을 걸었읍니다.
\"엄마 왜 울어?\"
\"......엄마도 아파?\"
\"......\"
\"나처럼 많이 아파?\"
\"......\"
\"엄마, 내가 엄마 것까지도 아플께. 엄마 울지 마.\"
\"준아......\"
\"엄마 우는 거 난 싫어.\"
\"......\"
\"엄마, 내가 엄마 것까지도 울께. 엄마는 웃어. 나는 엄마 웃는 얼굴이 젤 좋아.\"
이때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원들이 들어왔읍니다. 준이를 조용히 밀차위에
옮겨 실었읍니다.
아빠는 담배를 물고 벽 쪽으로 돌아섰읍니다.
엄마가 밀차를 따르며 말했읍니다.
\"준아, 수술을 받다가 하느님을 뵙게 되거든 준아, 엄마 아빠와 더 살게 해달라
고 빌어라, 응. 그곳에 천사님들이 계시는 꽃대궐이더라도 준아, 꼭 그렇게
빌어야 한다. 엄마 아빠도 빌께. 우리 준이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기도 올리고 있을께. 설혹 집이 없어지고, 라면을 먹고 산다더라도 준아, 엄마
는 우리 준이와만 함께 산다면 늘 감사기도를 잊지 않겠다.\"
준이의 눈동자 속에 엄마가 사뿐 들어섰읍니다.
\"걱정 마, 엄마. 나는 얼른 나아서 백화점에 가야 해. 백화점 가서 엄마 선물을
사야 해.\"
\"엄마 선물?\"
\"응.\"
\"무슨 선물인데.\"
준이가 엄마의 귀를 가만히 잡아당겼읍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말하였읍니다.
\"엄마는 기운 속옷을 입었잖아. 내가 전번에 봤다. 그래서 할머니가 와서 준
돈하고, 아빠 친구가 와서 준 돈하고는 베개 속에 감춰 뒀어. 백화점가서 엄마
속옷 살려고.\"
하늘에 별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읍니다.
별들은 모두 준이가 들어가 있는 수술실을 초롱초롱히 지켜보고 있었읍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바람이 기지개를 켰읍니다.
달맞이꽃이 노오랗게 입술을 여는 밤이었읍니다.
END
친구한테 받았던 정채봉님의 동화책.
뒤적거리면서 보다가 하나 올려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