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의 한 동화입니다....
일년 열두 달 내내 덥기만 한 타이완에서도 높은 산들이 잇달아 있는 깊숙한 고장은 비교적 살기가 좋아, 원주민들은 그런 곳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사이세트 족의 한 총각이 아리따운 아내를 얻었습니다.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타이완의 미개한 사람인지라 살갗이 까맣고 몸단장도 별로 하지 않은 벌거숭이였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몸가짐과 마음씨가 아주 상냥하고 일은 잘해서 시어머니도 새로 맞아들인 며느리를 아주 칭찬하며 귀여워 했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같이 밭을 갈고 거기다 조를 심기로 했습니다. 며느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그 날도 넓은밭을 재빨리 다 갈아 놓고, 거기다 자기가 가지고 온 자루에서 씨앗을 골고루 뿌렸습니다.
시어버니는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며느라가 뿌린 씨앗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하게도 조를 뿌렸을 밭에 그보다 몇십 배가 큰 박씨가 떨어져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보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그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그 태도가 비위에 거슬리고 못마땅해서 더욱 무섭게 꾸짖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다시 조를 뿌리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그 박씨를 주워 모았습니다. 그러나 박씨를 20개 쯤은 남겨 두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그 박씨가 박이 되자 박을 문간으로 가지고 가서 톱으로 쓰윽쓰윽 탔습니다. 시어머니는
"이 따위 박이 아무리 많으면 뭘 해. 게다가 생박을 그대로 볕에 말리면, 그래 그 안에 든 씨는 어떻게 뽑아 내지?
넌 얼굴 값도 못하는 바보로구나!"
하며 크게 나무라도 며느리는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을 타니 그속에서 노오란 좁쌀이 나오는 것이였습니다.
"아니 이게 어쩐 일이냐? 이게 모두 좁쌀이 아니냐?"
시어머니의 말에 며느리는 방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르르 박 속에서 계속 좁쌀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시어머니는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며느리에게 잘못을 빌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또 다른 박을 타서 함지에 쏟아 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함지 하나가 가득 차자, 며느리는 좁쌀이 나오는 박을 자꾸자꾸 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계속 박을 타 가지고 좁쌀을 부었습니다.
잠시 후, 시어머니는 며느라가 곁에 없음을 깨닫고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자 며느리는 마당 한 구석에서 이 쪽을 바라보며 방긋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연기처럼 희미해지더니, 며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는 말았습니다. 그 후, 며느리는 어디로 갔는지 두 번 다시 찾아 볼 길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며느리가 웃고 서 있던 자리에는, 어느 틈엔지 이상스럽게도 파랗고 넓은 잎이 달린 한 그루의 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좋아하는 바나나 나무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