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에 묻어야만했던 순수한 사랑
-'소나기'를 읽고-
이은영
세상이 숨막히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공부하고 있는 우리는 미래를 위해 1분1초를 교과서와 씨름하며 생활하고 있다. 정보시대라 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속에서 난 순수함, 소박함, 깨끗하고 맑음이란 단어를 모른 채 지내왔다. 하지만 나는 이 '소나기라는 책 속에서 소박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주위의 숨어있던 순수함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시골을 좋아한다. 도랑물이 경쾌하게 흐르고, 아직 도시의 숨막히는 생활에 물들지 않은… 그런데 내가 읽겠다고 한 '소나기'라는 책의 배경이 시골이라고 하니 마음이 끌릴 수밖에…
어느 시골마을, 윤초시네 집에 도시에 사는 예쁜 증손녀 딸이 오게된다. 얼굴이 하얗고 병약한 이 소녀와 새카맣게 그을린 시골소년의 만남. 그들의 만남은 개울가에서 시작된다. 둘은 논밭으로 들판으로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간다. 허수아비를 친구 삼아 놀기도 하고, 원두막에서 무를 뽑아 먹기도 하고, 들꽃을 한아름 꺾어보기도 하고…
소녀에게 너무나도 다정한 소년의 행동에 끌려서일까? 나까지 그들의 순수한 사랑에 끼어든 것 같았다.
한참 행복한 추억을 그리고 있을 때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원두막 밑에서 비를 피하는 모습이 왜그리도 부럽던지...
돌아오는 길, 강물이 너무 많이 불어나 소녀가 강을 건널 수 없게되자 소년은 등을 내밀어 소녀를 업는다. 난 피식 웃음이 났다. 순간 순진한 소년의 빨개진 얼굴과, 소녀의 부끄러움이 가득한 순수한 얼굴이 떠올라…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며칠 뒤, 소녀가 보이지 않아 소년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윤초시네의 소식이 들려온다. 집도 파산하고, 하나뿐인 증손녀 딸은 약도 변변히 써보지 못한 채 병으로 죽었다고...
이렇게 소년의 순수한 첫사랑은 끝이 난다.
소년은 소녀를 생각하며 잠이든다. 문득 잠에서 깨었는데, 소년은 소녀의 유언을 듣게된다. 자기가 죽거든 입고있던 옷을 그대로 묻어달라고… 아마도 시골에서 그린 소년과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소년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사랑은 왜 상처로만 남아야했는지…
가난했던 소녀는 왜 세상을 떠나야만 했는지…
눈을 감고 그들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생각해본다. 인정이 메마른 이 세상에 소나기의 두 주인공과 같은 순수함과 깨끗한 마음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