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퍼온 글입니다)
이 책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다. 영화로 제목도 들어봤고, 내가 한참 심취해 있던 삼국지의 저자인 이문열씨가 쓴 책이라고 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과거에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읽었을 뿐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었고, 이번에는 전에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보이는 듯 했다.
내용은 한병태라는 사람이 30년 전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울에 살던 병태는 시골로 전학을 간다. 병태는 서울에 살던 자신을 알아주기를 원했지만, 그곳의 선생님이나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엄석대라는 급장을 만나게 되는데, 서울에서의 급장과는 달리, 석대라는 아이는 선생님의 신임을 받고 있었고, 반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어서 모든 아이들은 석대의 편이고, 석대의 말이라면 꼼짝하지 못한다. 병태는 불합리와 폭력이 있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석대에게 저항하고, 아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여러 방법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석대의 권위와 그 권위 아래 있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리고 부모님, 선생님도 석대의 편을 든다. 그렇게 되어 병태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온갖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다가 병태는 저항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 그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석대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석대는 몰락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석대의 잘못을 말할 때, 병태는 석대의 잘못을 말하지 않는다. 석대는 떠나고, 그 반은 처음에는 약간 불안했지만 정상적인 반으로 돌아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서 병태는 고급 세일즈맨이 되었지만, 실패하여 실업자가 되고, 그 때 다시 석대가 떠오르게 된다. 병태는 많은 사람들이 석대를 비웃어도, 석대를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결국 병태는 형사에게 잡혀가는 석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그 반의 모습은 사회의 여러 모습들, 특히 우리 나라의 4·19전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석대는 이승만 정권처럼, 독재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서울에서 전학을 와서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태의 모습은 합리와 자유 속에 살다가 독재 체제에 와서 적응하지 못하여 독재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승만 독재 정권을 위해 일한 사람들은 석대를 따르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이 병태를 못살게 굴어서, 병태가 결국에는 굴복하였듯이, 이승만 정권, 즉 독재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이승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참하고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고, 결국 몇몇은 독재에 굴복하고 말았다. 나중에 부정 시험이 걸려서, 담임선생님의 힘으로 석대는 몰락하게 되고, 아이들이 배신을 하는 모습은, 4·19 때, 부정 선거가 드러나면서, 학생들의 힘에 의해 이승만 정권은 물러나게 되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변심하여 이승만 정권을 욕하며 다시 새로운 정권에서 일하는 모습에 비교할 수 있다. 병태가 배신을 하지 않는 모습은, 그것은 독재가 끝나기를 바랬지만, 변절자들의 더러운 대열에 끼기 싫어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작가는 4·19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러한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석대가 몰락하고 며칠 후에 4·19가 일어났다는 것이 책에 나오는데, 이것은 이러한 추측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그러면 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먼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석대의 잘못을 말하고, 부정적이었던 석대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변심한 것이지, 절대 정의를 위해 변심한 것이 아니다. 석대가 반을 휘어잡고 있을 때, 그들은 석대를 위해 병태를 괴롭히는 등, 여러 행동을 한다. 석대의 세상 안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 석대의 위치가 불리해지자, 석대의 잘못을 낱낱이 파헤쳐서 석대가 완전히 몰락하게 한다. 이러한 행동은 석대의 잘못을 고발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석대의 권위는 이미 추락하고, 선생님의 힘이 더 세니, 선생님의 편에 붙어서 편하게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절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우리는 대나무처럼, 곧은 절개와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모든 행동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아이들처럼 행동을 하면, 이 글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솔직히 이럴 때가 많다. '어떻게 해야 더 올바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나에게 이익인가'를 생각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이익을 위해 친구를 이용할 때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나중에는 그러한 행동에 대해 후회도 하지만, 나중에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 글을 읽을 때도 약간 가슴이 찔렸다. 이제는 그러한 행동은 하지 말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영원할 것 같던 석대의 권위가 무너진 것을 볼 때, 결국 악의는 패배하고 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삶을 살다보면, 분명히 불합리한 것이고, 이루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에 실망하고, 사회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가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결국에는 밝혀질 것이란 걸,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가 입은 피해들도 모두 보상받을 것이란 걸 깨닫고, 삶을 살아갈 때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멀어지는 모습보다는, 그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또, 병태의 삶을 비판해 볼 수 있다. 우선, 병태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지켜나가지 못했다. 병태는 처음에는 합리와 자유를 추구하며 독재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주위의 상황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자, 결국 독재에 굴복한다. 자신의 소신을 지켜서 끝까지 석대에게 저항하는 것이 병태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견디기 힘들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는 병태가 참은 시간의 반도 못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합리와 자유를 추구한다면, 끝까지 저항해야 할 것이었다. 또, 석대에게 커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 석대가 아직도 위대할 것이라는 생각, 이러한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이다. 분명히 석대는 잘못을 했다. 또, 석대는 위대한 것이 아니고, '일그러진 영웅', 즉 본받지 말아야 할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에 대해 미련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소설을 다 읽고, 우리가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