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꽃들에게 내 아픔을 숨기고 싶네
인생의 괴로움을 알리고 싶지 않아
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챠르르- 돌아가는 낡은 영사기의 화면처럼 그녀의 발걸음은 지직거리면서
자주 씹히기도 하고 불타버린 토토의 영사기처럼 이내 화면에서 사라져 버
린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사람들에 묻혀버린 그녀는 또 진열되고 꽂혀있는 수 백
만권의 책 중 아이러니하게도 부제 속에 존재하는 보랏빛 바이올렛으로 거
듭 피어난다. 그녀의 슬픈 고독을 화원의 식물들이 모두 제 속살로만 키우는
듯 하더니 푸르른 가지마루가 그녀의 아픈 성장기를 살금살금 머금는 듯 하
더니 밀려오고 밀려가면 그만인 사내의 말 한 줄기에 파릇파릇 슬픔을 키우
고 회한을 피워내고 붉은 장미빛 피를 토하고 마는 그녀, 그러나 빈 것을 위
하여 펜을 꾹꾹 눌러 채워 나가는 분홍빛 생의 그녀의 수첩에는 수걱수걱 시
작을 아로새기는 부재의 에필로그가 담겨있다. 타인들과 소통하려는 보랏빛
제비꽃, 바이올렛이 심어져 있다.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