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글의 줄거리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7년 전부터 모를 병에 걸린 노모와 만삭의 아내 그리고 다섯살난 딸애의 아버지이다. 월급이 별로 안 되는 봉급장이인 그는 점심도 못 싸가지고 다녀 항상 허기진 배를 쥐고 집이 있는 해방촌 고개를 오르내리곤 한다. 그러나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흰 수세미처럼 되어 버렸고 몸은 마치 미이라처럼 변해버린 어머니가 \"가자! 가자!\" 하는 소리에 소름이 끼치고 무엇이라도 콱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가난한 가장인 철호. 집에 가야 이미 가난과 고난에 절은 아내는 말 한마디 없었고 오직 철없는 딸애만 철호에게 간간이 말을 붙일 뿐 가정에서도 따스한 온기를 못 느낀 철호는 가끔 밖으로 나가 북쪽 하늘을 쳐다보며 고향 마을을 떠올려보곤 하였다. 북쪽이 고향이고 그곳서 지주로서의 동네 주인 역할을 했던 어머니는 6.25가 나자 남하하게 되었고 이윽고 3 8선이 생기자 고향을 못 가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철호에게 계속 북쪽으로 가자고 하였으나 이미 3 8선이 생긴 이상 갈 수가 없다고 누누이 설명을 하였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지내오던 어느 날 해방촌 집에서 보이는 용산 일대가 폭격으로 무너지자 어머니는 완전히 정신이상이 되어 버렸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가자!' 즉, 북쪽 고향으로 가자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동생인 영호는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자원하여 군대에 갔다 와 2년 동안이나 실업자로 지내는 신세인데 어느 날 형인 철호에게 우리도 남들처럼 살아보자고 한다. 양심적이고 가난하게 사느니 양심, 윤리, 관습, 법률도 벗어 던지고 편히 한 번 살아보자고 한다. 그러나 철호는 그렇게 살면 올바른 삶이 아니라고 극구 역설하나 이미 가난에 지친 여동생 명숙이는 양공주가 되었고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고 군대에 자원해서 복무했으나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고 오로지 가난만이 남아있다는 영호의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더구나 E여자 대학 음악 대학을 나온 미인이었던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말없이 웅크리고 사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언젠가 전차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전차가 멈추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철호의 눈앞에 미군 찝차가 한 대 서 있었다. 그 미군의 옆에 색안경을 끼고 있던 양공주가 바로 동생 명숙이였다. 다른 승객들의 명숙이를 향한 쑥덕거림을 견디지 못한 철호는 그날부터 명숙이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명숙이 또한 철호를 본체만체했다.
그러나 그런 명숙이도 엄마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었다. 잠든 어머니의 옆에 드러누워 앙상하게 남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한없이 흐느끼곤 하였다. 철호의 딸애도 명랑하게 놀다가도 할머니의 \"가자!\"라는 말만 나오면 자라목이 되어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위축된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는 철호에게 급작스런 경찰서로의 전화 부름을 받고 그 곳에 갔다.
동생 영호가 2인조 권총 강도로 돌변하여 남의 회사 월급 줄 돈을 빼앗아 달아나다 잡힌 것이었다. 그러나 잡힌 것은 영호 한사람 뿐이었으니...
식구들의 막가는 인생을 눈앞에서 보는 철호의 심정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철호는 또 이외의 소식을 명숙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즉, 아내가 진통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아기가 안나오자 죽을 힘을 다한 것이 아기의 머리부터 나온 게 아니고 팔부터 나와서 지금 중태라는 것이었다. 아연한 채 돈이 없어 서 있는 철호에게 백환짜리 돈 한다발을 내밀고 돌아서는 명숙의 뒤꿈치에 계란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명숙에 대한 어떤 깨끗함을 느끼고 동생에 대한 애정이 새삼 솟아오르는 철호..
그러나 병원에 가보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얼이 빠져버린 철호는 죽은 아내도 보지 않은 채 정처없이 길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던 중, 전부터 앓았던 이가 너무 아파 치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명숙이가 준 돈으로 썩은 어금니를 빼고는 반대쪽의 썩은 이마저 빼도록 부탁하게 된다. 그러나 심한 출혈 때문에 안된다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나머지 이도 빼 버렸다. 그리곤 아무도 없는 자기의 사무실로 향하던 중 심한 출혈로 오한이 나자 허기때문일거라는 생각에 설렁탕 가게로 국을 시키고는 기다리는데 계속 입안으로 고이는 찝질한 물 때문에 다시 바깥으로 나와 피를 뱉어 버리고는 마침 다가오는 택시를 무조건 탔다. 행선지를 묻는 기사에게 집이 있는 해방촌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곧 죽어 있는 아내가 있는 S병원으로 가쟀다, 또 영호가 잡혀있는 ×경찰서로 가쟀다,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 철호에게 택시 기사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다며 투덜댔다. 철호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의 불평을 들으며 아들 구실, 남편구실, 애비 구실, 형구실, 오빠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할 구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어쩌면 조물주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쏟아지는 졸음속에 감각이 무뎌졌다. 귓가에 \"가자!\"하는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모로 쓰러지고마는 철호. 어디로 가냐는 운전수의 말도 듣지 못하고 입에서 흘러내리는 선지피가 와이샤쓰 가슴을 흘러 타고 한없이 내릴 뿐이었다.
2.주인공의 성격
철호: 우리의 한 시대를 아프게 살아가는 우리의 주인공 철호. 6.25이후 가난 과 역경 속에 한 번도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철호와 그의 가족들.
또한 6. 25로 정신이 나가 버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야하는 고달픈 철호,
대학을 다녔건만 현실의 불만족속에 드디어 경찰서 영어의 몸이 된 동생 영호, 발랄하고 아름다운 젊음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가엾게 시들다 떠난 아내, 철없는 딸 모두 철호에게는 버거운 짐이었다. 마음으로는 한없이 잘해 주고 싶은 사랑하는 가족들, 그러나 철호의 현실은 냉정했다. 자기의 마음을 한 번도 시원하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많은 식구를 거느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 성실 했지만 돈이 따라 주지 않는 현실앞에서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쇠해버린 철호, 6. 25의 가장 큰 피해자로 무기력하게 현실앞에 무릎을 꿇은 철호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어머니: 북쪽이 고향인 그녀는 그곳에서 지주로서 마을의 안주인 역할을 하며 살았었다 . 그러나 6. 25라는 현실 앞에 남하하게 되었고 급기야 가난이 찾아와 해방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렵게 살던 중 용산 폭격이 눈 앞에서 벌어져 끝내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들과 며느리 등 전 가족의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려 그야말로 6. 25의 가장 큰 피해자로 인생을 살아간다. 마치 시체처럼.. 남보다 조금은 위에 살던 사람이 눈 앞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어머니답게, 그리고 가장답게 좀 더 당당하게 현실을 극복했더라면 하는 인물이다.
아 내: 예쁘고 발랄했던 E여자 대학 음악 대학 출신의 아내. 그녀 역시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 무기력하게 시들다 결국 출산의 고통으로 이 세상을 뜨고 만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엾게 간 그녀.
남편에게 순종하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말없이 어려운 살림을 이끈다. 딸에 게는 자애로운 어머니로서의 가냘픈 수선화 같았던 그녀, 이 모두 6. 25라는 현실이 철호의 가족에게 내린 한없는 비극이며 그녀 역시 그 주인공이 되었던 것 이다.
영 호: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고 군대에 자원하여 6. 25를 몸으로 막아낸 씩씩한 사나이, 대학 3학년을 마치고도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로서의 길을 걷다 현실의 냉엄함속에 좌절한다. 그리하여 양심, 윤리, 도덕, 법까지도 무시하고 남의 것을 빼앗아 편히 살려다 끝내 경찰서 유치장의 신세가 되어 버린 영호, 대학 출신의 엘리트 의식이 강해 막일을 하며 돈을 벌지 못하고 끝내 지식인으로서해서는 안될, 아니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영호, 그의 나머지 삶이 궁금해진다. 부디 죄값을 치르고 나와 건전한 사회의 한사람이 되어 주길...
명 숙: 온기없는 집에서 가난을 견뎌야 했던 그녀. 결국엔 양공주가 되어 길거리의 여자가 된다. 식구들과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 속에 값없는 돈을 버는 신세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누구보다도 따뜻한 인정의 피가 흐르고 있다. 어머니를 향한 안타까움의 마음을 누가 볼까봐 흐느껴 울음으로써 풀고 무기력한 큰오빠의 심정을 알아주어 그녀로서는 힘들게 번 돈을 요긴하게 쓰도록 내미는 그녀,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3.감상
우선 이 글을 읽고 난 느낌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6. 25라는 한계 상황속에서 주인공의 가족들이 걸어야 했던 비극의 전철을 누군들 다시 밟고 싶으랴.
정말 6. 25는 민족의 비극임을 이 글을 읽고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착하고 선량하기만 한 이 글의 주인공들, 어쩔 수 없는 한계 상황인 6. 25로 인한 북쪽이 고향인 그들로서의 남하와 그에 따른 가난과 역경들이 그의 가족을 위협했고 거기에 적응을 못하고 약하디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참 안타깝기도 하고 좀 더 냉정하게 세상을 살지 못하는 그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족한 상황과 궁한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족한 상황이라면 궁할 상황을 대비하여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대비를 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했을 때는 당황하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북쪽에서는 풍족하게 살았던 주인공의 가족들이 궁해진 현실 앞에 힘없이 무너짐은 첫째로 정신 무장이 덜 되었기 때문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천하게 키우라고 했다. 곱디곱게 자란 그들에게 꼭 필요했던 것은 마음의 스승! 이것이 없는 까닭에 모든 가족의 방황은 시작된 것이리라. 이 글을 읽고 자식을 키우는 나로서는 무엇보다 남겨줄 유산은 강한 정신력과 의지, 그리고 정의를 향한 마음임을 깨달았다. 요즘의 우리 현실세계, 특히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난 젊은이들은 물질 만능주의와 한탕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