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고...
우리 집은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가게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황태자비 납치사건> 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을 쓴 작가는 김진명으로 우리 나라 최초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한반도>, <가즈오의 나라>, <코리아 닷 컴> 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언니에게서부터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읽고 싶었다.
정말 책을 펴기 전까지는 '황태자비'가 어느 나라의 황태자비를 말하는 것인지 몰랐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먼저 읽게 된 것은 <작가의 말> 이었다. 이 책을 읽게된 직접적인 동기를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말에는 현재 일본과 우리 나라의 이슈인 <일본의 역사 교과서> 에 대한 얘기와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대한 우리 나라 국민의 반응 등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을미사변의 내용도 조금 언급되어 있었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면서 더욱 더 책을 넘기고 싶었다.
을미사변 때 일본의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할 적에 그것을 막기 위해 시골에서부터 올라온 농부가 도망가는 시위대를 가로막았는데 그 농부를 어떤 사관이 총으로 쏴서 즉사해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임선규라는 사람은 아버지가 전두환을 위해 기도회를 가졌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치욕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농부의 후손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그 후손 중에는 전두환 정권 때 군에서 \"전두환은 물러가라\" 라고 궐기를 했다가 고문 속에서 죽어갔다. 그래서 임선규는 그의 외아들은 김인후를 찾아가 도와주게 되었고 가부키 관람 도중에 치밀한 계획 끝에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하였다.
황태자비를 처음엔 단식 등으로 저항을 하다가 마음을 진정시키며 탈출을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도 황태자비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일본 제일의 형사 다나카가 이 수사를 맡게 되었다. 그는 그만의 예리한 추리로 범인을 쫒았다. 김인후라는 공범은 찾았지만 주범을 찾지 못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주범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황태자비는 범인이 산책을 하게끔 해줄 때 탈출을 시도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마지막 희망인 경찰들이 찾아오기를 바랬다. 그리고 복통으로 드렁크에 실려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검문을 할 때에도 범인이 그 마을 유지라는 이유만으로 검문을 무사통과 할 때 실망을 했다. 그렇게 차츰 범인과의 대화도 늘리고 범인이 갖다주는 한국 역사 교과서와 일본 역사 교과서를 비교하며 정독까지 하고 일본의 왜곡된 역사를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범인에게 동감했다. 마사코는 자신의 신분인 황태자비 때문에 체면을 지킬 수 있게 해주고 예의를 갖춰 대하던 범인에게 조금의 신뢰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경찰이 찾아왔을 때도 자신이 직접 숨어버리고 두 번째로 왔을 때도 오빠라고 범인을 부르며 여동생 같이 행동했다. 황태자비인 마사코는 범인으로부터 범행 동기를 듣게 되었다. 명성황후의 시해가 적힌 비밀문서 435호 전문을 공개하기 위해서 마사코를 납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내용을 듣게 되었고 한국인에 대해서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시해를 당하는 순간까지 왕세자를 걱정하던 민비에 대해서 감동을 받게 되었다.
미국으로 나간 김인후는 전화로 신문사에 비밀문서 435호 전문을 밝히면 황태자비를 돌려보내겠다고 했지만 외무성에선 그런 문서는 없다고 잡아뗐고 언론에서는 자기든 딴에서 추리한 내용을 내보내고 있었다.
계속 일본 정부에서 발뺌을 하자 민비를 시해하고 그 시체를 불태웠던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하라고 요구도 했지만 일본 정부는 무시하였다.
임선규는 마사코를 새 역사교과서 유네스코의 마지막 심사 때까지 납치했다가 풀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본 외무성에서는 비밀문서 435호 전문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에 종결되고 실패했다고 생각하여 마사코를 풀어주겠다고 하였다. 마사코는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때 김인후가 미국에서 돌아와 실패하면 황태자비를 죽이기로 했으므로 자기가 죽이겠다며 칼을 들이댔다. 그런데 곤도라는 엉뚱한 형사는 유지들도 조사해야 한다며 임선규의 집도 와서 황태자비가 납치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임선규와 김인후가 서로 의견이 달라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 경찰들은 그 집을 포위하고 있었다.
다나카는 아무리 범인이지만 사살하려는 정부에 맞서기 위해 임선규의 집에 전화를 걸어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으니 자기가 갈 때까지 만이라도 버티라고 하였다. 인후는 곧바로 칼을 들고 마사코에게 가서 죽이겠다고 하였다. 이것을 임선규를 말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인후는 자신의 목에다가 칼을 들이댔고 쓰러지면서 선규에게 마사코를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 선규는 인후의 의로운 고조부와 아버지께선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 나라의 국모를 살해하는 것이 일본의 방법이라면 한국의 방법은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경찰들은 선규와 인후를 죽이려 하였다. 선규를 쏘려던 순간에 마사코는 팔을 벌리며 선규를 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자 경찰들이 마사코를 둘러싸고 선규를 쏘려 하였다. 그 때 다행히 다나카가 나타나 선규를 팔에 부상을 입고 목숨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죽은 인후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마사코는 일본이 황태자비라는 사실에 떠나서 일본의 한 국민으로서 비밀문서 435호 전문의 내용을 밝히고 왜곡된 역사에 반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다나카와 함께 사라진 비밀문서 435호 전문을 찾아 내었다.
드디어 유네스코의 역사 교과서 심사날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변호사들이 나와 의견을 피튀기며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사이토가 좀 더 논리적이어서 기세가 일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 때 황태자비가 한국 측의 증인으로 나왔고 비밀문서 435호 전문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였다. 그것은 당시 조선의 내부고문관이었던 에조가 일본 외무성으로 타전한 것으로 민비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마사코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으면 계속 읽어나갔다. 아수라장이 되었던 좌중이 갑자기 정숙해졌다. 그리고 한국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말하고 이 진정한 사과야말로 일본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였다. 황태자비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박수에는 역사 왜곡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구체적으로 거부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살아 온 선량한 일본인들이 지난날을 시원하게 털어 버리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국 학자들 역시 왜곡의 사실을 인정한 선량한 일본인들에 대한 애정의 박수를 쳤다. 그렇게 해서 임선규를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사코가 직접 싼 도시락과 편지를 읽게 되었다. 그 편지에는 마사코가 역사에 눈을 뜨게 한 선규와 인후에게 감사하다는 내용과 민비에 대한 감동을 썼다.
이렇게 마사코의 편지로 <황태자비 납치사건> 은 막을 내렸다.
책을 읽는 중간에 이러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 국민들은 '냄비'와 같다고.. 불을 붙였을 땐 팔팔 끓다가도 불을 끄면 차갑게 식어버리는... 정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어쩌다가 언론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면 전 국민이 정말 뭔가 저지를 듯이 화를 내다가도 그 소식이 뜸해지면서 함께 그러한 열정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3,40대는 돈벌기에 바쁘고 10대는 연예인에 빠져 허우적대고... 겨우 남아있는 노년층에서나마 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읽으면서도 계속 뜨끔거렸다. 틀린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처음으로 민비가 시해되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어떻게 시해되었는지.. 한 나라의 국모가 어떻게, 처참히 죽어갔는지.. 정말 입에 담을 수가 없을 정도로 치욕스럽게 죽어갔다.. 우리 나라의 마지막 왕비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힘이 없는 우리 나라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하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이 책이 소설책이 아닌, 역사를 기록한 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후일에 쓰여질 역사책이라든가, 앞으로 일어나던가.. 그렇다고 해서 꼭 황태자비를 납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일본인들이 왜곡된 역사에 눈을 뜨게 되는 것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늘에 있는 명성황후를 비롯한 그를 지키려했던 사람들이..
일본이 아직 양심이 있는 나라라면 자기 나라의 잘못을 시인하고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왜곡되고 일본이 잘한 것들만 배운다해도 뭐 하는가.. 어차피 왜.곡.된.역.사 인 것을.. 왜 그것을 모르는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왜곡된 역사의 바로잡는 것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하루 빨리 정부와 국민들 모두가 함께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않으면 그 시대에 나라를 위해 몸바쳤던 사람들의 희생과 순국들은 모두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희생이 의롭게 되기 위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 나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좀 더 발전되고 세계화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아직 그 시대의 증인들이 살아있을 때 그들의 경험을 증거로 하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해 두며 <황태자비 납치사건> 에 대한 나의 감상을 접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