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성(鬼의 聲)
1. 저자: 이인직
신소설의 대표적인 작가, 이인직. 그는 한말의 풍운이 거세던 시기에 이완용의 비서로 있으면서, 한일합병의 전소역으로 합병의 일본측 선봉역인 통감부 외사국장 소송록을 찾아 구체적 합병제의를 하였고, 다시 사태의 진전에 박차를 가하여 합방조약이 체결단계에까지 이르도록 중개역할을 하고 나선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합병 후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무슨 영문인지, 배후의 공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수작의 은전도 입지 못하고, 경학원 사성이라는 말직에 보임되었을 뿐이다. 그가 신경통의 병명으로 조선총독부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것은 1917년 1월 1일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이광수의 「무정」이 나오기 1개월 전인데, 살펴본 그의 행적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최초의 본격적 신소설작가라는 문학사적 업적 위에 친일파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2. [귀의 성]의 전체 줄거리
이 글의 주인공은 강길순이다. 그녀는 춘천 남내면 솔개동네에 사는 평민 강동지의 무남독녀인데 아버지의 강권으로 당시 춘천군수였던 서울에서 내려 온 김승지의 첩이 된다. 금지옥엽 길순이가 양반의 첩이 된 이유에는 아버지인 강동지가 더 큰 권력의 힘을 빌어 부패한 지방 관리의 폭압을 모면해 보자는 안타까운 바램 때문이었다. 길순이는 비록 첩의 신분이지만 김승지와의 사랑으로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남편의 이런 일을 눈치챈 서울 김승지의 본처는 남편을 서울로 옮겨오게 한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춘천에 혼자 남게 된 길순이는 임신 9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김승지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안타까운 시름에 젖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런 딸의 안타까운 모습을 본 길순의 엄마이자, 강동지의 아내는 딸을 위해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 즉, 김승지에게서 길순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라는 기별이 왔다고......
그러자, 길순은 어렴풋한 희망을 가지고 아버지인 강동지 일행과 더불어 백구십리 서울 길에 올라 사흘만에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이 강동지 일행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김승지 집에 도착하니 강짜가 심한 김승지의 본부인은 그 소식을 듣고 계집종들에게 고함을 치며 소동을 피우니 중문간에서 그것을 듣고 있던 길순이는 제 신세가 하도 처량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어지러워진 상황에 당황해버린 김승지는 강동지에게 당분간 계동 박참봉 댁으로 가서 머물며 좀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한다. 사랑을 나와 중문 안에 들어서던 김승지는 길순이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차마 내색을 못하고 헛기침만을 하며 교군 앞을 지나가니 교군 속의 춘천집, 즉, 길순이는 기가 막혀서 목놓아 울고 만다. 이 소리를 들은 김승지는 애처로운 마음에 애가 녹는 듯 하였으나 안마당에 가득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그만 집안으로 들어서나 집안에서는 본부인이 앙탈을 부려 이도 저도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쩔쩔 맨다.
박참봉 집으로 거처를 옮긴 길순이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죽을 결심을 하고 몰래 집을 나와 만삭의 몸을 끌고 계동 궁담 밑 우물에 빠져 죽으려는데 순경의 호각 소리에 투신 직전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한성병원에 입원하여 몸을 추스른 길순이는 아버지 강동지가 춘천으로 내려간 뒤 박참봉이 도와 줘 도동 남관 왕묘 동편에 있는 집에 들어 가 동짓달 초하룻날 아들을 순산하고 이름을 거북이로 지었다. 그러나 김승지 본부인의 심한 투기와 자신의 앞날에 불안을 느낀 길순이는 아들 거북이를 남겨 두고 또 다시 죽을 결심을 하고 전기철도에 뛰어 들려고 한다. 경성창고 회사 앞에서 철로에 드러누웠으나 지나가는 인력거가 걸려 뒤집어지는 바람에 또 뜻을 이루지 못한다. 마침 인력거 안에는 김승지 집에서 본부인의 서슬에 쫓겨난 침모가 타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난 두 여인은 복없는 자신들을 한탄하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길순네 집에 또 한 식구가 불어나가 된다. 즉 점순이란 여인이 찾아와서 정처없는 신세라 하소연하며 같이 살기를 원하니 길순은 그렇게 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그 점순이란 여인은 김승지의 본처가 속량을 시켜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거북이 모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온 김승지네 노비였다. 그래서 점순이는 밤낮 없이 거북이 모자를 살해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1년이 지난 후, 점순은 길순이의 환심을 사게 되어 아무 의심을 품지 않고 길순은 점순을 후하게 대하였다. 그러나 점순이는 최가라는 정부와 결탁하여 한 집에 살고있는 침모가 춘천집 모자를 죽인 것처럼 꾸며 모든 죄를 침모에게 뒤집어 씌울 계획을 꾸민다. 그러나 일이 뜻대로 잘 안풀리자, 점순이는 다음 해 봄까지 그 계획을 다시 미룬다.
다음 해 봄이 되자, 점순이는 거북이를 업고 다니며 춘천집의 호감을 계속 사며 동시에 하루 빨리 모자를 살해하기 위해 정부와 음모를 꾸민다. 어느 날 정부인 구레나룻 최가를 김승지의 사촌 동생이라고 속여 길순네 집으로 끌어들인다. 최가는 길순이를 속여, 김승지께서 자기 집에 왔다가 급병에 걸려 유언을 하는데 두 분 아주머니나 한번 다시 보고 죽으면 좋겠다고 하시기에 본부인은 성미가 급해 벌써 교군을 불러 길을 떠났으니 춘천 아주머니도 바로 떠나자고 거짓말을 한다. 순박한 길순은 최가의 말을 믿고 그가 권하는 대로 거북이를 업고 대기하고 있던 교군을 타고 최가를 따라 길을 나선다. 그 후 점순이는 춘천집이 서방질을 하던 젊은 놈과 도망쳤다고 거짓 소문을 내며 자기들의 흉계를 숨기려고 한다.
춘천집을 실은 교군이 서빙고 강을 건널 때는 이미 긴 봄날도 저물었다. 음력 3월 보름의 달이 초롱같이 비춰 줘 그 달빛에 의지해 길을 재촉하는데 최가는 거북이를 들쳐업고 자기 처가까지만 가서 오늘밤은 자고 내일 다시 길을 떠나자고 하였으나 큰길은 제쳐놓고 무인지경 오솔길로만 들어가니 춘천집은 의심을 하면서도 따라가다가 산비탈에 주저앉는다.
춘천집이 어디까지 갈거냐고 묻자, 최가는 \"오냐 더 갈 것 없다. 이만하여도 깊숙하게 잘 끌고 왔다\"고 하면서 춘천집의 목에 칼을 꽂고, 세 살 먹은 거북이도 죽였다. 그러고 나서 최가는 두 송장을 끌어다가 산사태가 난 깊은 곳에다 떨어뜨려 놓고 멀리 도망친다.
한편, 춘천의 강동지는 초저녁부터 꿈자리가 뒤숭숭하여 날이 밝아지자 아내와 같이 서울 딸집을 찾았으나 딸과 외손자의 종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룻밤을 그 집에서 새는 중에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것을 몰래 엿들은 강동지는 딸이 살해되었음을 알고, 점순이와 최가에 대한 복수심으로 날을 밝혔다. 그날 밤 강동지는 박참봉을 찾아가 이 일에 대한 상의를 하는 중, 마침 한강 건너 봉은사에 휴양차 갔던 김승지에게서 춘천집과 거북의 송장을 보았다는 전갈이 온 것을 알고 광주 정선능 골짜기를 찾아 들어가 두 송장을 발견하고는 비분한 마음으로 매장을 한 다음, 길을 떠난다.
그러나 이미 최가와 점순이는 김승지 본처에게서 속량 문서를 만들어 받고, 돈을 탄 다음 대전을 거쳐 부산으로 달아나고 있었는데 도중에 돈을 모두 도난을 당해 하는 수 없이 부산 초량에서 김승지 부인에게 이런 사실을 편지로 연락을 했다.
이런 사실을 몰래 알아내 점순 일당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알게 된 강동지는 부산으로 내려가 범어사 승(僧)으로 가장하고 있다가 최가와 점순을 만나게 되자, 깊은 골로 유인, 한밤중에 최가를 죽이고, 점순이마저 죽인다.
그 길로 서울로 올라와 다시 김승지 부인을 처단하고 전부터 관계 있는 김승지와 침모가 같이 살 것을 바란다는 글을 남겨놓고, 다시 부산을 거쳐 배를 타고 해삼위로 들어갔다. 그 이듬해, 춘천의 강동지집 근처에 웬일인지 시앗새가 “시앗 시앗 시앗되지 마라 시앗”하고 슬피 울어 춘천의 시앗된 사람들은 봄바람에 시앗새 구경하러 삼악산을 올라가지만 적막한 푸른 산에는 시앗새는 없고 풀이 우거진 동그란 무덤 하나가 있고 그 옆에는 조그마한 애총 하나뿐이 없었더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막을 이룬다.
3. 주요 등장 인물의 성격
강길순: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일언반구의 불평도 하지 않았고 그 아버지 강동지에게도 많이 속았으나 자식이 부모를 믿는 마음에 의심도 없이 시키는대로 하는 순진하고 소박한 여인이다. 자신의 신변에 닥치는 온갖 공포와 위험을 불우한 운명으로 돌리고 끈기있는 인내로 버티었으나 결국은 살해를 당하는 힘없고 약한 인물이다.
강동지: 길순의 아버지로서 자기 딸을 희생 삼아 자기도 우대를 받고 앞으로도 돈푼이나 착실히 장만할 것을 기대했으나 딸의 살해 사건을 알자 여비 점순에 대한 복수심과 양반에 대한 적개심이 폭발한다. 특히 부산에 내려가서 점순이와 최가를 처단한 다음 다시 서울로 올라와 김승지 본부인까지 처단하니 강동지의 양반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함을 알 수 있다. 그는 가부장적인 봉건 의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돈을 위해서는 딸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부도덕한 인물이며, 양반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양반을 두려워하는 이중적 의식의 소유자이다.
강 동지의 이런 이중적 의식의 배경은 개화기가 지니고 있는 사회의 모순적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개인적 욕망을 달성하려는 것은 돈을 매개로 하는 초기 자본주의 속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는 한말의 부패한 사회의 천민들의 반발을 표현한 전형적인 성격이며 호탕하지만 복수에 찬 반항적인 기질의 인물이다.
김승지: 무능력하고 주색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우유부단의 양반층을 대표하는 성격이다. 신분을 이용하여 모든 여자를 닥치는 대로 손에 넣는 인물로서, 제대로 한 가정을 이끌지 못하고 결국 파탄을 가져오게 하며, 우물쭈물하여 결단을 못 짓고 방황하는 등 호색으로 몰락해 가는 탕유 양반의 성격, 무골충같은 능력 없는 양반의 좋은 표본이다.
점순: 못생긴 외모에 잘 웃는 눈웃음과 경박한 행동들, 남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속량과 돈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살인까지 대범하게 감행하는, 간교함이 엿보이는 천한 노비이다.
강동지 부인: 딸이 양반의 첩으로 팔려가듯 가는 것을 극구 말렸으나 남편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김승지가 서울로 혼자 가버리자, 춘천에 혼자 남은 딸을 측은하게 여겨 서울 본처의 집으로 가게끔 거짓말을 하게 하는 등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으로 어쩔 수 없는 모정을 지닌 소박한 한국의 어머니이다. 딸이 억울하게 희생됐음을 알고 그 부모됨을 한탄하는 불쌍한 길순의 어머니..
김승지 부인: 시앗 싸움에 눈에 쌍심지를 돋구고 말투마다 독기가 서리고 있어 전율을 느끼게 하는 흉악하고 무지한 성격이다. 자신의 입을 빌려 김승지의 호색을 비복간에까지 퍼지게 하는 등 본부인으로서의 위엄과 아량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속 좁은 한 여인네일 뿐이다.
4. [귀의 성]의 신소설적 특징
사실성은 신소설과 구소설의 차이를 가름하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즉 작품의 리얼리티(reality)를 확립하려는 시도에서 '사실성'이 비롯되었는데 이는 작가와 독자 양측 모두에게 일어난 세계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개화기 당대의 한국인은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경험을 했을 것임에 필연적이다. 새로운 문물의 전래, 밀려오는 외세의 간섭, 내정의 개혁, 상업자본의 형성등의 그것으로 이러한 충격에 구시대적 세계관은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양반과 상놈으로만 갈라져 있을 수 없는 법이며 임금, 혹은 귀족이 질서의 구심일 수 없다는 각성이 팽배해져 가고 있어 우리도 글을 통해 각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적 묘사와 구성이 문학에 있어서도 필연적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신소설은 자연히 현실과 밀착하게 되었고, 또 사실성을 주로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실성에 눈뜬 신소설은 언문일치체의 문장, 구성에 있어서의 서술적인 역전, 설명 형식이 아닌 묘사체 문장, 개화기 사상의 제요인으로서의 계몽성등을 지향하게된다.
여러 측면에서 귀의 성이 신소설로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 보기로 하자.
(1) 주제적 측면
①귀의 성을 신소설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주제와 내용의 근대적 성격에 있다.
②특히 작품의 주제와 내용에서 반봉건적이고 근대지향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인다.----즉, 폭력적 인간 관계와 그 잔학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나 있다. 첩이 선인으로, 본처가 악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전형적 구소설과는 달리 단순히 축첩이라는 악습의 매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관리들의 타락한 부패상을 보여줌으로써 양반 계급에 대한 서민의 반항정신을 부각시켜 평민의식을 폭넓게 고취하고 있다.
(2) 등장인물의 측면
①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당대 삶의 현실에서 찾고 있다.
②근대적인 인간형이 등장하였는데 봉건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과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개화기의 모습을 매우 다양한 시대적 인물들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③대부분의 신소설이 등장인물의 심리 추구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귀의 성은 인물들이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성격의 논리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개성적인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즉, 이 작품에서 실제로 사건을 주도해 가는 인물은 봉건적 지배층의 김 승지도, 그의 부인도, 또 피지배층이면서 봉건 의식에 젖어 희생을 당하는 강길순도 아니다. 그것은 몸종인 점순과 길순의 아버지 강 동지이다. 강 동지는 매우 복잡한 의식의 소유자이고, 점순은 비록 몸종이지만 봉건적 제도의 지배를 받는 인물이 아니고 길순에 대한 모든 일을 전담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노리는 일종의 거래 형식인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귀의 성]에서 사건을 주도하고 있는 부도덕하고 타락한 층, 천민계층의 점순과 강 동지는 결코 고대소설의 그것인 귀족적이고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3) 구성의 측면
① '귀의 성'은 그 구성에서 고대소설의 단순성을 극복하고 복잡한 현실 생활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고대소설과 다른 합리적인 구성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②두드러진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갈등구조를 설정하는 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관계는 주제 실현을 위한 기본 요소이며 인물간의 관계설정은 이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③'귀의 성'은 사건 전개와 구성에 있어서의 입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사건을 주인공의 운명선을 따라 전기 형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중요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각적으로 추구하고 전개하여 나간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사건 전개에서의 우연성이 너무 드러난다는 것이다.
(4) 묘사와 언어적측면
①문체가 당시 국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개화기의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언문일치체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②언어 표현에서 일상적인 구어에 접근하고 문장에서 율문적인 형식을 극복하고 산문적인 형식으로 되어 있다.
③고전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는 한문식 표현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④묘사성이 훨씬 강화되었다
---그때는 달그림자가 지구를 안고 깊이 들어간 후이라 강동지 짐 안방이 굴 속같이 어두웠는데......단풍머리 참바람에 이슬이 어려 서리되는 새벽 기운이라.--->자연풍경의 묘사가 어떤 개화기 소설보다 뛰어나다.
---이마난 숙붙고 얼골빛은 파르족족하고 눈은 가슴치레한 계집이 나은 스물이 되였거나 말거나 하얏난대…
------엉성한 바구니 속에 빨간 고기 하얀 두부 하란 파를 요리조리 겻드려서 옥색 저구리에 빨간 팔배래 받아 입은 팔끔치에 흠척 끼고 흔들거리고 들어오던 점순이가 대문깐에 뒤를 할긋할긋 돌아보더니 허리침 속에서 열쇠를 꺼내서 겉으로 잠갔던 행낭방 문을 덜걱 열고 쑥 드려다 보니…
------>점순의 용모와 동작, 심리나 성격의 묘사가 구체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끝맺는 말
본처와 시앗의 질투와 갈등이 빚어낸 내용인 '귀의 성'은 일부종사의 구각을 깨뜨리는 재혼관이나 미신타파의 암유, 사건의 진전 과정에서 현대적 문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어휘가 개화사조나 근대문명의 연관되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강동지 및 친모 등이 지니고 있는 양반에 대한 반발의식, 점순이나 최가 등의 천역들이 속량을 애원하고 자유를 갈구하는 점 등 우리 구소설의 전형적인 가정 비극의 수준을 뛰어넘게 하는 요소이다. [귀의성]은 풍속 개량이란 의욕적인 대사회 태도나 계몽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처첩간의 갈등문제를 제시하여 너무 애국위주로 내용이 흘러가버린 점이 없지 않으나 위에서 살펴본 여러 특징들로 말미암아 [귀의 성]은 문학사적으로 볼 때 신소설 최고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