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3830 조철범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는 12년동안의 구상과 200번이나 원고를 고쳐 쓰는 수고 끝에 나온 세계의 명작 중에 명작이다.
그리하여 1952년 노인과 바다에서 인생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인간 본연의 존엄함을 보여 준 점을 높이 평가해 헤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노인 산티아고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5학년이라는 초등학생이었다. 집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무심결에 빌려보게 된 한 편의 영화,,,,, 그것이 노인과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직도 그 때의 무시무시한 상어와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때에는 노인에 대한 감동보다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 그리고 상어의 날카로운 눈과 이빨에 대한 놀라움만이 내 머리에 가득 찼었다. 어린 시절 내가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노인과 바다에 대한 동경의 즐거움이었다면 지금의 즐거움은 나의 동경의 대상
이었던 그 바다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즐거움이다.
지금도 바다를 찾아가면 왠지 모르게 나 자신도 노인 산티아고의 모습이 떠올린다.
나중에 구석진 책장에서 책 표지에 하얀 먼지가 쌓인 오래된 책, 먼지를 입김으로 불었더니 제목 "노인과 바다" 지은이 헤밍웨이라는 희미한 글씨로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평소에 책을 안 읽던 나도 조그마한 이 책 노인과 바다를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누렇게 물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시원한 바다 냄새에 젖어 들어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노인의 꿈 속에 나타나는 황금빛 백사장. 그 곳에서 어린 고양이처럼 뛰노는 사자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수면 위에 비치는 햇빛,,,, 그러나 더욱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산티아고 노인의 굳은 집념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싸우는 끈기였다.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나지는 않았지. 인간은 파괴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어."
노인의 이 한 마디 말은 그 책장에 스민 누런 빛의 색깔만큼이나 나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었다. 바다에서 85일 째 되는 날에 간신히 잡은 물고기를 노리는 상어의 습격을 물리치는 산티아고 노인! 그리고 난 후에도 상어들의 습격은 몇 번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상어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강인한 노인. 손과 어깨 등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어떻게 상어를 물리칠 수 있을까? 더구나 연약하고 힘없는 노인이 그럴 수가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강한 정신력 때문일 것이다.
'아픔이란 건 인간에게 문제가 되지 않아.'
노인은 이런 굳은 의지로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또한 갖은 고생 끝에 잡은 큰 물고기를 상어에게 뺏기고도 오히려 그만큼 가볍게 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에 놀랐다. 손에서 피가 나오는 것도
'오히려 피가 났기 때문에 왼손에 쥐가 안 날지도 모르지'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과 굳은 의지로 상어를 물리친 것이다. 산티아고 노인의 이러한 모습을 보니 평소에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포기하고 피해왔던 내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지? 난 못하는데….'
하는 생각을 해오던 나에게 산티아고 노인의 상어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해지는 듯하다.
세상은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한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노인에게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산티아고 노인에게는 노인을 무척 따르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과 노인 사이에서 오가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소년이 오랜만에 앙상한 뼈만 남은 물고기를 들고 나타난 노인을 보고 눈물을 흘릴 때, 나도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소년의 노인을 위하는 행동에서 따뜻한 마음씨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이 소년 같은 친구를 한두 명 정도 두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낸다면 이 사회는 훨씬 따뜻하고 정이 넘치게 될 것이다.
노인에게 있어서 `바다는 친구이자 적이었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보여 준 인내와 용기는 다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보다 더 값진 교훈이다. 바다에 순응할 줄 알면서도 싸워 이길 줄 알았던 노인. 나는 노인에게서 인내와 용기의 모습을 배우고 싶다. 헤밍웨이는 우리에게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인내와 용기의 참 소중함을 알려 주고 싶어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고 있었다.' 라는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노인이 다음에는 꼭 큰 물고기를 잡게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나도 산티아고 노인처럼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