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우상의 눈물'을 읽고
우리 나라에서 최근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각종 게이트들은 대부분 합법을 가장한 권력층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불거져나온 이용호 게이트의 경우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씨의 권력으로 비리를 묻어버리려 했다. 합법화된 권력이 불법적인 사건의 비호 세력이 된 사례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권력의 집행은 합법적인 것이 더욱 치사하고 비열한 것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불법적인 권력은 뒤에서 손가락질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합법화된 권력은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그 부당함을 밝혀내기가 어렵다.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에서는 합법오화된 권력이 인간을 벼랑끝까지 몰고가는 비렬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대라는 학생은 이 소설의 나레이터로 냉소적인 성격의 모범생이다. 이유대는 고등학교 1학년때 반장을 하면서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의 첩자 노릇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학생들 눈 밖에 났다. 그리고 2학년에 올라와서 임시 반장이 되었다. 최기표라는 학생은 유급생으로 이뤄진 재수파의 리더로 반장 노릇을 맡아하는 유대를 매스껍게 보았다. 그래서 기표는 유대를 불러내서 린치를 가했다. 그러나 유대는 최기표의 린치에 악감정을 품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당했다는 우월감에 빠진다.
유대와 형우는 오랜 친구 사이였다. 그들은 같은 학급이 되었고 학급 담임 김선생과 만난다. 유대는 김선생으로부터 학우들과 선생 사이에서 첩자질을 할 것을 부탁받는다. 그러나 유대는 이를 거부한다. 이전에 권력자의 수족이 되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김선생은 자기 학급을 겉으론 가장 우수하고 모범이 되게 만들려 한다. 그래서 김선생은 형우를 통해 자기 계획을 현실화시킨다. 형우를 임원으로 내세워 최기표 문제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선생은 기표에게 체육복을 주려 한다. 그러나 기표는 그 체육복을 받지 않고 다를 학우의 체육복을 뺏어 입는다. 그리고 시험 시간에 김선생이 형우를 시켜 반아이들과 기표에게 컨닝의 기회를 주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최기표는 이런 계획을 간파하고 형우와 김선생의 권위 의식을 숨긴 거짓된 도움을 받지 않는다. 그들의 가식적인 태도에 기표는 고개을 돌린다. 짐심이 아닌 위선은 받지 않으려 하는 기표의 태도야 말로 인간적이다. 위선인 줄 알면서도, 가식적인줄 알면서도 거기에 고개 숙이고 감사하는 비겁한 행동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게 최기표는 김선생과 형우로부터 담을 쌓는다. 그래서 김선생과 형우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냈다. 이것은 부지불식간에 기표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일이었다. 어느 날 형우가 기표에게 당했다. 하지만 향우는 끝내 가해자를 밝히지 않았다. 형우가 병원에 있는 동안 린치를 함께 가한 재수파 학생들이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돌아갔다. 이로써 재수파는 유명무실해졌고 기표의 자리는 무너졌다. 형우는 기표에게 당한 사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온 학교 안의 조명을 받는다. 계획대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형우는 기표의 어려운 생활을 감동적으로 알려 기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된다. 김선생과 형우가 뜻하던 대로 전교의 관심을 끄는 학급이 되었다. 물론 기표란 도구로 말이다. 기표가 자신을 팔지 않기 위해 버티는데도 주의의 온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자 그는 무너진 것이다. 기표는 주위에서 이끄는대로, 순응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기표는 집을 나간다. 기표가 택한 길은 도피밖에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위선의 시선들로부터의 피난처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 작품 속에 드러난 학교의 현실은 부조리했다. 우리는 사회가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축소화된 사회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 뒤에도 추악한 것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왜곡된 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세상이 모두 거짓이고 위조되어진 것이라면 살맛나지 않고 음침해질 것이다. 기표가 진실된 자신의 삶을 원했고 진실된 도움을 원했듯이 우리도 진실된 사회를 원하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고 이용하는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행해진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일그러진 일들이 자취를 감추어 투명한 사회를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