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바이의 영웅 오이디푸스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
우선 난 개인적으로 영웅담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던 일을 진행하고 곧 승리한다는 것... 그것은 날 무아지경 상태에 이르게 하여 그 영웅과 마치 한몸인 듯 마냥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내가 신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흥미진진하다.
아니, 그보다 신화는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윤리라는 좁은 개념과는 무관하게 마음껏 나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가지고 있는 참맛이며 매력인지도 모른다.
내가 여기서 말할 대상은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 "오이디푸스"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 중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모두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전적인 의미로 [정신분석학에서 사내아이가 어머니에게 애정을 느끼고,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는 심리적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여기까지 볼 때 그 오이디푸스란 놈은 매우 저질적이고 번잡한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견해는 다르다.
나는 그를 당당히 테바이의 영웅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제부터 오해말고 잘 들으시라. 인간은 개인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서로 타협할 뿐이다.
우선 첫째, 그는 테바이를 구한 영웅이다.
그는 테바이 백성들을 위협하는 스핑크스를 지혜로써 물리쳤다.
아무리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통해 오이디푸스 자신의 삶을 깨달을 것을 요구했다 할지라도 결말은 곧 스핑크스의 패였다.
오이디푸스는 한 시대의 요물을 없앤 것이다.
둘째, 그는 강인한 영웅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 이오테스카를 범하였다. 이는 단지 강자가 약자를 죽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강자가 약자를 차지하고 없애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신화는 윤리와 무관하다.
셋째, 이는 그의 불우한 운명을 변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유가 된다.
그는 불우한 영웅이었다.
오이디푸스, 그는 분명히 도덕적으로도 문란한 패륜아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었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는 자신의 친부모 마저 몰랐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이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이런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테바이의 왕비 이오카스테와 한 베개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운명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하면 자신은 세상에 둘도 없는 패륜아가 되는 것이고 신의 뜻을 그르치면 참람한 인간이 된다.
곧 그의 삶은 일종의 신들의 도박에 불과한 것이었고 신에게 농락당한 삶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 견해에 따른 결과는 이렇다.
오이디푸스는 신과 대립되었던 인물로써 여러가지 면을 보아서라도 그는 충분히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다. 비록 후세에는 천하의 패륜아라 불렸지만 그는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였고 떳떳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가히 그는 테바이의 영웅인 것이다.
사람들은 매우 성급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그 내용의 본질이나 참뜻을 헤아리지도 않고 상대를 자기 주관대로 평가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 세상을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당신도 느낄 수 있다.
교만과 편견을 버려야만 진리가 보이는 이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