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독후감]소피의 세계
[소피의 세계]--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 출간.(총 3권)
얼마전 신문의 문화란을 보니, "소피의 세계"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가 신작을 내놓았는데 그 소설도 외국(주로 유럽)에서 인기가 성황이란기사가 실렸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면밀히 읽어보니, 그 소설은 "소피의 세계"의 원형본이라고 하더군요. 즉, "소피..."를 구상하기 위한 초안이었던 셈이지요. 참 기대되는 소설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읍니다.
여하튼간에...
여기 소개/추천하는 그의 대표작 "소피의 세계"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끼는(!) 소설일 뿐더러, 한 1년전에 군에 있을 당시 읽은 비교적 심도있는 작품이라고 판단되서 이렇게 글에 올립니다. 총3권에 (좀 부담스러운가요?) 35단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단원은 "에덴 동산", "신화","플라톤", "르네상스".....로 시작해서 3권 마지막 단원인 "빅뱅"으로 끝을 맺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철학의 연보와 역사적 계보를 아우른 소설이지요. 이 소설에는 제목위에 "소설로 읽는 철학"이란 카피가 달려 있읍니다. 어찌보면 좀 유치한 -- 한 때 우리나라 서점가에 유행했던 "재미있는∼" 씨리즈 처럼-- 선전 문구이지만 결코 그런 상혼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는 천박한 소설은 아니랍니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소설의 구성은 헤브라이즘 사상 정착의 시발점이기도 한 "에덴 동산"에서 부터, 중세,근대,현대과학까지 일괄하고 있으며 단지 철학 강의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소피가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벌어지는 꿈과 환상, 정체불명의 사나이 까지 소설속에 뛰어들어 이야기는 박진감이 넘치는 그야말로 소설의 묘를 다하는 셈인 것입니다.
최근 들어 너나 할것없이 읽어야만 하는 필수과목이된 "프랑스의 구조주의"나 얼마전 타계한 "들뢰즈"를 비롯,데리다,푸코로 대변되는 해체철학의 회오리속에서도 이 소설은 플라톤부터 시작해야함을 권고하고 있읍니다. 요즘 유행하는 프랑스 철학붐이, 혹은 그 사상적 파괴력이 대단하다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없읍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도대체가 그리스 철학의 기초나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간걸까?하는 의문이 들곤했읍니다.
예전에 "버틀란드 러셀"이 정리한 세계 철학사를 읽을 기회가 있었읍니다. 그 책 발문에 그가 이런말을 써놓았더군요."나의 글은 아무래도 그리스 철학에 많은 부분 할애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대충 이런것이었읍니다. 철학의 원류와 그 생각의 근간은 그리스 철학,특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되었고, 발전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자못 유행에 민감한 우리들이 되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아... 그렇다고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프랑스 해체철학의 진위를 의심하자는 건 아닙니다. 단지 "순서"를 밟은 독서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인 것이지요.)
이 글에서 그 소설의 이모저모를 다 적어넣을 생각은 없읍니다. 그거라면당연히 독자의 몫이니까요. 잠시 사담을 하자면 전당시 이 책처럼 철학사를 일목요연하고 흥미롭게 정리한 책이 따로 없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그래서 각 단원마다 그 내용이나 간단한 감상을 요약해가며 읽어나갔습니다. 마지막 단원을 읽고서 그 정리된 내용을 다 모아서 정리해 보니, 부족한대로 하나의 "철학 연보"가 만들어 지더군요. A4용지로 약 16페이지 정도 분량이 되더군요. 전 지금도 그 어설프게 정리된 연보를 갖고 있읍니다. 하지만 그 정리된 연보는 앞으로 철학을 공부하던, 역사를 공부하던 간에 철학의 줄기를 스스로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저 자신한테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너무 제 얘기만 해서 죄송!)
말하자면 읽어 손해볼 거 없는 소설이라는 얘기를 하려다 이렇게 길어졌 군요. 3권이라 조금은 망설여 지시겠지만(?) 철학이나 역사에 관심가지고 계신분, 또는 세상을 조감하고 싶으신 분은 주저말고 읽어보시지요.
이 소설에서 소피가 받는 수 많은 편지중, 이런 대목이 있읍니다.
" 이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토끼 가죽 아래 깊숙한 곳에서 우글거리는 벌레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철학자는 가느다란 털을 붙잡고, 위대한 마법사( 신이나, 세상질서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음) 를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마냥 위로 기어오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