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참고문헌’이다.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 대학·종교학)는 책의 말미에 ‘장자’에 관한 비블리오그래피(Bibliography·책의 특성으로 분류한 기존 연구서적 도서목록)를 작성하면서, 각 저서와 논문의 가치를 단 한줄로 정리하는 촌철살인의 평가를 하고 있다.
예들 들어 ‘길에서 헤매다’(빅터 메이어·밴텀북스)란 책에는 ‘믿을만한 최근 번역’이라고 자리매김을 했고, ‘장자의 길’(토머스 머튼·뉴디렉션즈)에는 ‘잘 알려진 부분 얼마를 뽑아 시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한국어로 번역됨’이라고 안내를 달았다. ‘나비와 동행하다’(광밍우·뉴욕대 출판부)란 책에는 ‘내편 3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해설한 책.학문적 관심이 있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고 특징을 붙인다.
평가에서 ‘F’학점을 받은 책도 있다.‘번역의 정확성보다 읽고 이해하기 쉽게 된 것’, ‘거의 직역에 가까운 번역, 학문적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점잖게 나무란 것도 있으며, ‘도의 정수’(토머스 클레리·하퍼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서는 ‘추천할 만한 것이 못됨’이라고 낙제점을 주고, ‘영적 전환을 위한 장자’(로버트 엘리슨·뉴욕주립대 출판부)에 대해서는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됨’이라고 정리해버린다.이와 같은 50여편에 이르는 ‘장자’주석서와 논문에 대한 저자의 ‘시원한 평가’는 또다른 ‘장자해설서’를 쓰고 있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공공연한 자신감의 반영으로 읽힌다.
오강남판 ‘장자’의 특징은 ‘현대정신 속의 장자찾기’라고 말할 수 있다.이른바 이성중심사유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을 시도하는 현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상과의 이분법적 파악이 아닌 합일정신, 인식적 방법이 아닌 직관적 초월의지를 말하는 ‘장자’를 찾아낸다.가장 널리 알려진 ‘장자’ 내편 제1편의 제목 ‘소요유(逍遙遊)’를 저자는 ‘자유롭게 노닐다’라고 번역한다. 기원전 300년의 장자가 아니라 애매함과 추정할 수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현대성의 영역 속에서, ‘자유롭게’라는 형용사가 붙은 ‘새로운 장자’를 구현해내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장자정신의 요약, ‘절대 자유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변화와 초월 정신’은 ‘현대성’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연결된다.이른바 근대비판이라는 기획을 시작한 하이데거에서 찾아낸 장자의 영향, 9세기에 등장한 임제에서 계승된 장자정신의 부활 등을 말하는 저자의 시각은 현대성의 중심기획이라 할 수 있는 근대비판이란 저수지로 모이는 것이다. ‘장자는 우리 얼굴을 씻어 주고 단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거울을 들어준다’란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저자는 거울 앞에 선 ‘자신이라는 타자’를 보고 있는 현대성을 장자읽기를 통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