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는 2학기 국어책에서 예문으로 B사감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나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현진건의 작품 중 선뜻 이 책을 고르게 된 것도 B사감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깊었기 때문인 것 같다.
B사감은 여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40에 가까운 독신녀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요, 외모에도 강파른 성격이 내비치는 그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범을 강요하며, 특히 남성과의 접촉을 절대로 피할 것을 강조한다. 이런 B사감의 이미지에 맞게 책에서는 B사감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작품의 묘사로 B사감은 "여러 겹 주름이 잡힌 벗겨진 이마"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지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냔 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곰팡이 슬은 굴비"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B사감은 러브레터를 무척 싫어했다. 러브레터를 받은 학생은 으레 사감실로 불려가 B사감은 문초를 받아야만 했다. B사감은 편지가 온 남자의 표정이나 눈동자같이 세세히 물어 보는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 것이 나중에 B사감이 하는 일을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을 하였다. 규칙을 어긴 것보다 남자 자체를 증오하면서도 남자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세세한 것까지 물어본다. B사감은 겉으로는 남자를 증오하는 체 하지만 사실은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한편 B사감의 감시 아래 돌아가는 기숙사에 어느 날 밤 난데없이 여자의 교성과 남자의 구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숙사의 세 학생은 소리가 들려오는 사감실로 가고 B사감이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혼자서 연출해 읽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B사감은 낮에 보여 주는 모습과는 달리 밤이 되면 학생들에게서 온 러브레터를 소리내어 읽으며 공상연애를 즐기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B사감이 낮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주는 엄격한 모습은 허위와 위선이 가득찬 모습이다. 겉보기와 다른 아니 정반대의 얼굴이 B사감의 밤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B사감의 다른 모습을 알리기 위해 세 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우연히 B사감이 밤에 벌이는 기이한 행위를 목격한 세 여학생의 반응은 분노하거나 정색하지 않는다.
첫번째 여학생은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야!" 하고 단순하게 경악할 뿐이고, 두번째 여학생은 B사감의 행동을 "미친 탓"으로 돌리려고 하며, 세번째 여학생은 불쌍하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연민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B사감이 밤에 하는 행동을 낮의 모습과 동등이 생각하고 이런 모습을 감추어 왔다는 것을 분노하지 않고, 현실에서의 모습을 받아드린다.
B사감의 밤의 모습 또한 과장되어 제시되어 있었다. 작가는 B사감의 밤의 모습이나 낮의 모습 모두 비판적 시각으로 보여 주었다.
낮의 모습은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차 있고 밤의 모습은 현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잊은 채 자신이 증오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판하지만 그 모든 것에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B사감에 대한 연민과 웃음으로 끝맺고 있다.
여학교 기숙사, 사감 선생님 나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소재였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B사감의 이중적인 생활과 자신의 지휘와 교칙에 대한 억압감에 눌려있던 낮의 모든 허울 한순간 러브레터를 읽으며 공상연예를 하면서 잊어버리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B사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에 의해서 이중인격자로 변해 버린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은 이렇게, 학교의 선생님이니까 이렇게 하는 등 사회가 만들어 놓은 허울에 따라 움직이다 자신도 모르게 억압된 자신을 밤에 풀어놓게 된 것이다. B사감 역시 인간이었음에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겠지만 사회의 허울을 깨뜨리지 못하고 자신의 자유와 개성과는 상관없이 사회의 틀에 맞추어지는 인간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직업의 사람은 이렇게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그 사람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겠다고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느꼈다.
- 못 쓴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중1 때 방학숙제로 쓴 글입니다. 방학숙제 하다가 막히시는 분이 있으면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