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작년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무료한 시간이나 때우자고 펴 든 책이었지만,
그냥 시간 때우기식으로 읽혀지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나는 분명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 끄덕이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섬뜩섬뜩 놀라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만 했다.
소외라는 것을 단순히 "어울리지 않음"내지는 "어울리지 못함"의 상태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파급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생각은 켜녕 관심조차도 없었다.
낯선이, 즉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느낌.
세계에서 의미없이 소외되어 있을 때 느끼는 느낌.
이로 인해 야기되는 회의, 권태, 무력감.
그리고,
인생에서 의의를 발견하기 힘든 절망적인 상황인 삶에의 부조리의 감정.
이러한 사실 앞에서 난 약간 아니 많은 수치심과 동시에 경악감을 느껴야 했다.
종종 느끼는 자신에의 무력감, 그리고 회의.. 자기 혐오와 모멸.
나 또한, 스스로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 세상에 이방인으로 살고 있진 않은가......
뫼르소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인식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뫼르소는 그의 의지로 살아간 것이라기 보다는 그가 처한
현실, 그 때 당시의 상황에 의해서 살아진 것이다.
그에겐 "무엇"으로서의 존재이기보다는 "있다"라는 실존으로서의 가치가 앞섰다.
이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겠고 또 그런 시시비비를 떠나서 이런 사실에 내가 또 다시 수긍해야함이 놀라웠다. 우리 중 얼마가 정의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가치에 따라 자신의 의지를 가장 우선 순위로 사는가?상황에 이끌리는 일련의 행위가 차라리 더 많은 건 아닌지...
현대에 아니 현대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시대에서 한 인간의 어머니의 비중은 컸고 누구나 뫼르소의 그저 그런 반응에 "어떻게 저럴수가......"를 입에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상식에 지나지 않았다. 실천되지 않는 상식. "현대판 고려장"이니, 자신의 프라이버시 관리니 하면서 일어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상 앞에서 우리는 뫼르소의 행동에 어떠한 비난은 켜녕 침묵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침묵해야 한다.
그 뒤에 일련적으로 일어난 우연적인 사건들. 소설을 읽을 당시 이들을 단순히 그의 행해지는 행위로만 받아들였지 이런 사건들이 그에게. 그란 존재의 삶의 의의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받을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부여한 그 인간들 또한 정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자신에게서 찾진 않았을 것같았다. 그들의 사고로 봐서는. 그들은 단지 "뫼르소"라는 한 인간이 저지른 "살인"행위에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고, 그들이 뫼르소에게 내리는 판결인 "사형"을 합리화 시켜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 것이지 않은가? 그들은 결국 "뫼르소"라는 한 인간의 행위에 어떤 명제를 달아놓고 그 명제를 참이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 그 요소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의 머리 위에 작열하는 태양.
나는 줄곧 그 태양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뫼르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의아했다.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어느새엔가 내게서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머니를 매장할 때 하늘에서 빛을 발하던 태양.
그 아랍인을 권총으로 쏠 떄 해변 위에서 그 날처럼 그렇게 빛을 발하던 태양.
그 태양의 중요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뫼르소의 행위-특히 후자에서,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을 연출한 중요한 요소겠지..
어쩌면 그 태양이 그 때 그의 머리 위에서 작열하고 있었기에 그가 아랍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잠시 뒤의 네 발의 총성도 그가 그 해변의 한 낮의 균형을 깨었다는 만족감에의 표현일는지...
뫼르소에게 끊임없이 회개를 요구하던 이는 진정으로 자신이 회개할 일은 없는 지 궁금하다. 하긴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도 우습다. 나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으니까.
뫼르소의 행동 변화 아니 사고의 변화.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를 생각했다고?
어머니의 생의 종말 행위를 이해하겠다고?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간절히 어머니를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뫼르소"라는 한 인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곳에서 일어나는 그에 대한 연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한 세상을 이방인으로 살다가 죽는 그를 그냥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아주아주 조금은...
그러나 그는 세계의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고 행복을 느꼈다.
나도 그가 고독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 사형 집행일에 참가해야겠다.하지만 증오에 찬 고함 소리 따위는 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의 몫이니까.
그 날도 태양은 머리 위에 작열하고 있겠지?
어쩌면 구름에 가리워져 그 빛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