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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은형     날짜 : 2002년 12월 13일 (금) 11:11:20 오후     조회 : 2460      



푸르게 부서지는 이 바다는 그때도 이리 아름다웠나.



짤막한 물음.

그리고 쓸쓸함. 외로움. 서글픔.
모든 것을 잃었다 합니다.
이 곳에서.

이 바다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이 곳이 아름다운 건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씁쓸하게 웃어보였지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당신만큼이나 이 바다 또한 외로워보인다고.
당신만큼이나 이 바다 또한 슬퍼보인다고.

그렇기에 이 곳이 아름다운 거라고.
그리고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가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었습니다.
시간의 무게에 의지하면 의지할 수록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럼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훨씬 더 많은 후회를 할 수 밖에 없음을.


옛 기억을 문득 회상하던 당신의 옆모습을 보며.
잊으려 했던 무언가에 사로잡혀 저 또한 그리 씁쓸하게 웃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것에도 위로받지 못한 당신은
이 곳에서 옛 기억을 몇번이고 떠올렸겠지요.
우는 듯이 슬프게 일렁이는 아무도 없는 이 바다에서.


잊지 말아요.
그것이 지워져야 하는 기억이라 하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괴롭히는 슬픈 조각에 불과하더라도.


지금 바라보는 이 바다가 이리도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 눈물이 바다를 위로하기에.
바다 역시 당신의 슬픔을 이해하기에 그렇게 울고 있는 겁니다.


조금씩 이겨나가봐요.
언젠가. 라는 말보다는
지금부터. 라고 말해봐요.


그 때처럼 여전히 이 곳은 아름답다고.
어색하나마 웃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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