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살 일이다.
내가 아무 무늬없는 일상이라 불평하는 이 시공간이 죽은 자들에겐 더 없는 따스함과 정이 넘치는 동경의 대상일 것임을 .
또 하루가 주어진 것에 관하여 감사해야만 한다.
오후의 햇살에 안개같은 슬픔과 비애의 그늘이 드리운다.
저 햇살은 주인 잃은 피아노 건반위를, 공허한 사무실의 빈 의자,걷는 이 없는 빨래줄의 매마른 빨래들에 창백한 빛을 뿌릴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봐 줄이 없는 손 때 묻은 책들과 엄마를 잃은 줄 모르는 티 없는 아이들, 그들이 남긴 옷가지와 그들이 머물던 자리들은 햇살 속에 더욱 고요할 것이다.
며칠 마음이 너무나 아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TV를 볼때 마다 울고 또 울었다.
불꽃속에 고통으로 쓰러져 갔을 생명들이 불쌍하고 그것을 생각하며 가슴저미는 슬픔 집어 삼킬 그들의 가족이 불쌍하고, 죽기를 결심하고 일 저질렀을 방화범의 굳어진 마음과 그와 그의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시간들이 눈에 선하다.
책임감 운운 하지만 그 시간, 그 공간, 그 상황에서 그렇게 밖에는 못 했을 기관사들......
누구에게 죄를 묻고 누구를 단죄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죄인 인 듯 싶다.
나의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고, 나만 편하길 바라고, 남보다 좀 더 잘 살길 바라고, 조금이라도 남이 나에게 손해 끼치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분노하고....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남들 이해하려고, 너그러워지려고 그렇게 살려고 했었는데...... 그 선한 마음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 내 마음에 차디찬 돌덩이 하나 들어 앉아있음을 본다.
그 돌덩이가 얼마나 많은 이웃에게 상처를 줬을 지, 그들 외면하여 눈물 흘리게 했을런지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 돌덩이 하나가 부적이라도 되는 듯 그것 치우면 내가 상처받고 쓰러질 것 같아 감히 치우겠노라고 소리치지 못한다.
그저 나의 무관심에 쓰러져 간 그들을 생각하며 눈물만 짓는다.
모두 좋은 곳으로 가시길....편히 잠드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