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학교를 갈 때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신문을 폈다. 창문 밖으로는 어제 새벽 잘 때 내리던 비가 그대로 내리고 있었다.
비록 비는 오지만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하는 누나와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간까지 침대에 엎드려 잠을 자다가 시간이 되자, 점심을 먹고,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고, 동생에게 컴퓨터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준 뒤에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누나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다가, 누나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덩달아 기뻐지는 마음에 여러가지를 물어보며 얘기를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까의 기쁨은 어디로 갔는지, 외로운 마음과, 옛 생각들과 6월 24일이라는 날짜가 내 가슴을 한 없이 다운 시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가 오는 날은 모든 것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비가 내리는 것은 물론, 기분도 가라앉고, 그에 따라 마음도 다운되고, 어느 곳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흙들이 내려앉고, 다만 올라오는 것은 땅바닥에 곡두박칠지고 튀어 오르는 빗방울뿐이라는 생각에 나는 갑자기 서러워 졌다.
(6월 24일은 전 여자친구의 음력 생일이다... 나와 생일 하루 차이인 그 친구의 생일을 평생 잊어버리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