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린다면 당신이 할수 있는일의 절반밖에 하지 못할것이다 - 디오도어루빈 -』
언젠가 이런말을 주워들은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절망과 두려움속에서 아무것에도 손대지 못한채 혼자 벌벌 떨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고 아무도 나를 받아주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앞이 보이질 않았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앞에 나타나 큰 벽돌을 가져다주며 하나씩 쌓아보라고 했다. 난 그저 아무생각없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 큰 벽돌을 아무 생각없이 하나 둘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어느새 나보다 훨씬 큰 커다란 벽이 되었고 그 벽은 나와 세상을 점점 멀어가게만 했다. '어,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할땐 이미 늦어버렸다. 아무리 벽을 두드리고 부수려해도 그것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고 난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난 묻혀만가고 사라져 가는듯 했다.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땐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나에게 벽돌을 가져다준 누군가도. 모두날 떠나버렸다. 난 그게 슬펐다. 떠나버린 모두를 붙잡을수 없었고 붗잡을수 없었던 모두를 따라나서질 못한게 너무 억울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 입안에 웅얼대던 그 말을. 내 못까지, 아니 입안까지 차올랐던 그 말들을 말이다. 하지만 난 용기가 없었다. 그말까지 하고 나면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날 떠날것 같아 두려워서 용기를 낼수가 없었다. 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벽돌을 집어 벽을 쌓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그것에만 매달렸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그저 그것에만 집중했다. 그것만이 내가 살길이란 생각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란 존재가 허허벌판인 그 곳에 묻혀 사라질거란 두려움에서 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 눈에서 차디찬 무언가가 하염없이 흐르는 것도 몰랐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벽뒤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아주희미했지만 난 알수 있었다. 그건 사람들의 웃음소리임에 틀림없었다. 벽에 귀를 들이댔다. 지금껏 들어보지못한 그런 소리들이 자꾸만 날 유혹했다. 그제서야 난 정신이 들었다. 살아야겠단 집념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이미 내가 타고 나가야 할 기차는 먼기적소리만 남기고 있었지만 난 이제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때 내 마음엔 여유란 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날 안정시키고 있었다.
'나에게 행복은 없다. 나에겐 날 지킬 무기가 없다.'
너무 당연스레 믿어온 것들이 갑자기 거짓을 토하고 본 모습을 내 앞에 드러냈다. 난 싸울힘도 없고 처음보는 것들에 대항할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내 앞에 미소와 함께 그들 앞에 맞서싸워준건 아주 작은 천사였다. 나보다 작았다. 당연히 그들보다 작았다. 그 작은 천사는 그저 날 도와주기 위해 자기보다 배로 큰 그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난 믿을수 없었다. 왜 그 천사는 자신을 위해서도 아닌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는지 난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천사의 압승으로 싸움이 끝나갈 무렵 난 물었다.
"왜, 왜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거예요? 왜 날 도와주는거죠?"
내 물음은 거의 울음에 가까웠다. 그런 나의 얼굴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사가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전 당신을 지키고 있는 작은 천사 '행복'입니다."
그 천사의 대답은 나로썬 머누 벅찼다. 기댈곳이 없어 힘들어 하기만 하던 나로썬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넌 언제나 당신의 곁에 있었어요. 당신을 위해 싸운것도 여러번 있었구요.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날 보지 못한척, 안보려 애를 썼죠. 조금 화도 났지만 이제라도 당신이 날 발견하고 기뻐해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아무리 부수려해도 부수어지지 않던 그 큰 벽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환한 빛이 내 눈을 비췄을때 난 눈을 바로 뜰수 없었다. 하지만 난 눈을 바로 뜨려 애썼고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했다. 잠깐의 망설임이 날 휘어감을때쯤 뒤쪽의 천사가 문득 생각이 났다.
"당신도 나와 함께 자지 않을래요? 난 당신이 있어야 할것 같은데.
당신이 없으면 난 또 어느새 벽을 쌓아 버릴지도 몰라요. 난 당신이 필요해요."
"아니요, 이제 당신은 내가 필요하지 않아요. 혼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거예요 지금처럼. 만약 당신이 또 벽을 쌓아올린다면 그때도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께요. 지금의 당신은 나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어요. 그걸 붙잡으세요.
망설이지 말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세요.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너무 망설이지도 말고 아주 조금씩. 그럼 당신은 머지않아 나를 또 만날수 있을거예요. 그럼."
천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암흘으로 가득찼던 세상이 하나하나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은 나의방. 내 책상과 옷장과 침대가 놓여있는 내 작은 방이었다.
난 고작 이 작은 방안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던 걸까.
아니, 아마도 난 내가 만들어 놓은 우울이란 덮에 걸려 나오지 못하고 있었던것 같다. 내가 행복이란 작은 천사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난 오늘이고 내일이고 그 덫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서야 난 알았다. 행복은 누군가가 찾아주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찾아헤매는 것이란걸.
『환경이 바뀌기만을 기다린다면 나의 행복은 나를 앞으로 내세워 싸울것이며 용기가 없는 난 내가 할수 있는 일에 절반밖에 하지 못한채 조용히 행복을 떠나보내야만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