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시 동서울터미널에서 1차 선발대로 동현이, 두섭이, 호상을 만나기로 되있었다. 지하철역마저 미어 터지는 봄날 햇살의 주말 오후...이미 녀석들은 간만의 회포를 푸느라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 낯선 아가씨가 짐을 들고 호상옆에 서 있었다.놈들과 인사를 하다, 뒤늦게 호상이가 다음달 결혼할 아가씨라며 인사를 시켰다. 그저 형식적 인사....
놈은 이미, 함들어갈 동현이와 야외촬영시 두섭이를 섭외해 놓은 상태였다. 물론, 나 역시 승혁이를 통해 대충 애기만 들었을 뿐이다...
아가씨가 부산차편을 4시30분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라...우린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보내 주었다...기실 별로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던 녀석의 결혼애기를 얼떨결에 들으면서, 내심 불편함을 감추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예의상 응대하곤 했었다...
그렇게 얼추 시간이 다가고 호상의 와이프될 사람을 보낸 뒤에야 우린 일단 안동행 우등고속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3시간여 우등버스에선 참 지난세월을 돌아보기엔 유익한 시간이었다. 경북 진보(안동에서도 청송방향으로 40여분을 더 들어가야하는) 헌욱이 결혼식에, 우리는 올해 처음 모인다. 졸업 후 15년 동안 우리 예닐곱명이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마한 곡절이 많았던가...
언젠가는 '형형색색'이라고 이름 붙일만큼 각자의 개성이 강한 녀석들. 나는 낼 아침 차로 내려올 승혁이,호준이, 결혼할 헌욱이랑 친하고, 호상이는 승혁이 정도랑, 현동인 헌욱이, 두섭,제영이 정도 그런식으로 우리들은 15년간 쌈박질도 해가며 속내를 털어놓고 오늘날까지 가고 있는 것이 아니가...호상자식에 대해선 결국, 최근 모임 관련 문자를 몇 번 날려도 유일하게 묵묵부답인것에 내심 얹짠아 있던차고...
그러는사이 8시가 못되어 안동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야, 헌욱아 우리 지금왔다...니 어디냐'..... '야들아 헌욱이 오라 그러고 우리 오늘 여기서 놀고, 낼 식장에 가자' ' 그 자식 밥먹고 있단다' 우린 모두 허기가 나있던 차라 호상의 그 통화에 황당할 따름이었다...암튼 8시27분차를 타고 50여분만에 진보에 도착했다. 헌욱이는 화색이 도는 새신랑의 표정 그자체였다. '친척들이랑 식사했다. 어쩔 수 없었다'하며 진보에서 제일 큰 갈비집으로 갔다. 뭐..다 그런거지...어제 고기랑 술먹었다며, 회 안사주면 돌아간다던 두섭이도 그저 허기를 채울 수 밖에...
잠시 뒤, 여수에서 직장잡고 결혼 해 살고 있는 부영이까지 올라왔다..'야 니 귓볼 수술안하냐' '짜샤, 내 심볼이다' 귓볼을 워낙 만자작거려 검붉게 변해버린 녀석을 친구들은 가만 두지 않는다..거기에 대수롭지 않게 털털거리는 놈은 정말 시원타.
채 10분이 안지나 헌욱이 청주대 동생들이 전화가 빗발쳤고...1시간이 안되어 청주대 친구들과 신부친구들까지 20여명이, 주말 늦은 저녘 시골 갈비집을 법썩이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11시가 됐고 10시가 영업시간인것은 아까 다 무시되고 있었다. 정말 여수/서울/ 수원/ 청주/ 대구(신부친구들)에 전국 팔도 청춘남녀의 각축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녀석은 통영에서 해양경찰을 시작한지 1년여가 됐고 오랜 수험생활동안 친구들 경조사에 그저 몸으로만 때우고 다니 터라...그간의 아쉬움을, 낼 결혼식을 앞두고 식전 피로연을 행하는 셈이었다. 다행히, 자리는 어색하지 않게 적어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며 12시가 넘어 2차 대형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화끈한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기실, 피로연은 어색할 수 있는것이 -각기 다른 성격의 무리가 어울려, 오로지 신랑신부를 위해 다참고 쇼도 보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인데 워낙 술이 얼추 들어가면 보이지않는 마찰이 불거지며, 불미스러운 일까지도 갈 수 있는 것이 우리네 피로연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전국의 청춘남녀들은 저마다의 장기와 주접을 뽐내느라 여념이 없었고...신부 친구 진숙이는 완전 노래방 도우미(?) 버금가는 가무를 과시하며 유부남, 총각 가릴 것 없이 흥과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원래 놀줄 모르는 호상 자식은 혼자 나가 있었고...그 틈에 나는 술도 흥건했고...'호상아...' '어...' 그 사이 안에선 신부가 그만 쓰러지는 사태에 일순간 정리가 되는 분위기였다...결국, 호상이랑은...
좀 정리가 되고 유쾌한 주말 밤은 이어졌다. 총각으로 보이는 청대 친구가 테이블위로 올라가 잘 빠진 몸매를 흔들어 대고 있었고...우리 킹카 진숙이도 이에 질새라 역시 테이블에 올라, 그 쇼는 말미를 압권으로 만드는 도가니였다...
새벽 2시가 좀 못되어 그 20여명 청춘남녀는 인적은 커녕, 차 한대 안다니는 주말 시골 유흥가(?)를 뒤적이며 술먹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결국, 그 와중에 나와 호상이는 그만 적전분열을...
여수에 부영이가 호상에게 '야, 니 결혼식 언제라고' '다음 달 15일' '야 나 잘하면 못 가겄다' '괞찮아, 돈만 줘' 그와중에 나도 안갈거다고 끼어 들었다. '넌 안와도 돼 나 친구 50명이야' 그 말에 참았던 감정이 욱했다 '너 그런식으로 애기하면 안돼' '말 막지 마, 이새끼 죽여버릴까부다'...
터질 수 밖에 없없는지...'너 이 인간 같지않은 새끼...니가 친구야..가만 안둬' 두섭이가 완전 뚜껑열린 날,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억지로 끌고 갔다...'니들 이럴 수 있어, 우리만 있는게 아니고...그만해...해도 낼 결혼식 끋나고 해' '알았어...미안해...' 정신이 들면서 동현이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호상 저 자식 벼르고 있었다고...가만 두지 안겠다고...'
그랬다...어이없는 적 전 분 열...피로연 잘하고 있다가, 그만 15년 모임친구랑 하필 그자리에서...자신이 그렇게 딱해 보일 수 가 없었다...온갖 쏟아지는 야유와 비난이 아니, 그 보다 스스로를 아직도 다스리지 못하는...아 서른 다섯이 정말 나이가 뭔데...진짜 고생 더 해야되...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는 일단락 되는 듯 했다...우린 불켜진 포장마차를 찾아갔지만...술이 다 나갔다고...이동네는 편의점조차 없다고...대신 안동가는 길가 휴게소에서 술을 사다 주겠노라는 쥔아저씨의 고마움에 여관을 잡고 멋쩍은 시간을 보내려하는데...호상이가 없어졌다...현동이도 같이...날 바라보는 시선들...
아무리 호상이가 학교 때부터 나랑 별로 친한게 없고...15년간 그래도 큰 탈없이 여기까지 오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었는데...친구 결혼식 피로연...그것도 이 시골까지와서...고개를 떨군지 20여분이 지났을까...술과 안주가 왔다...조금 어색함이 사라지면서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했다...그 시원한 부영이가 대신 어색함을 풀어주며 애쓰고...신부의 또 다른 친구 나라는 '뭐, 뭔일 있었나요...그건 유도 아니예요...뭐 그런 걸 가지고...' 청대 친구들도 화답하며, 다시 울 팔도 청춘남녀는 화기애매하게 놀아야 했다...그치만 화는 뒤로하고, 상호에 대한 걱정에 그저 뻒벆 연기와 알콜을 번갈아 먹어대며 멍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새벽 5시를 향해가는데...10여명만이 자리를 끝끝내 지키는데 두섭이가 진숙이에게 뭔 시도를 하는 듯 하고 있었다...녀석 술 취하면 순진한 녀석의 진심이 나오던데...그럼 진숙이를 찍었단 말인가...부영이와 난 작업을 시작해야했다...우리가 남이가...
잠시 뒤 우리의 '작업'이 부담스러웠던지 진숙이는 좀 머쓱한 표정이었다...그러나, 우리가 만만이 콩떡인가...집요한 이어주기는 계속됐으나...결정적인 두섭이의 '야 씨방새야' 필수 접두사 내지는 접미사는 연이어 나오며,우리의 고귀한 노력을 수포로 돌려 놓는 듯 했다...급기야, 난 거의 그로기 상태에서...윗방 침실로 가야했다...사랑은 홀로하는겨..
아침 10시경 어수선함에 정신을 겨우 차려 밑에 큰 방으로 내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앗 호상이가...
호상이는 동현이에게 우리 사건의 '꾸중'을 들으며, 무심코 가다 택시를 잡고, 안동가서 74,000원짜리(왕복택시비 60,000원 포함) 콩나물국밥(?)에 소주를 마시고...아침에 들어왔다고 한다.
멈칫 당황하는 날, 호상이는 '신우야, 술 한잔 해' '그래 휴...' 잠시 소주가 오고가며 녀석이 먼저, 말을 이었다 ' 내가 먼저 실수를 했다...미안타...' '나도 넘 심한 소리를 했다...그렇게 부딪칠 일이 아닌데 정말 미안타...'
그래...우리가 그러저러하게 15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형형색색...15년뒤에도 우린 정도의 차이일 망정 누군가들은 사고들을 칠 것이고...그래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는 고교동창이구나 할거다.
식은 13시에 마을 잔치로 성대히 무사히(?) 잘 치러졌고...대전에 재민이, 당일 아침 서울서 승혁이, 호준이, 제영이와 우리 10여명은 10여년만에 미리 준비해간 카메라로 15년 우애(?)를 다지는 기념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다...
뒷애기...
식이 끝나고 식사 뒤 단연 화제는 진숙이였다...두섭이뿐만아니라...당일 서울서 온 두 딸을 갖게 될 호준이자식까지 '서울 한번 오세요...풀서비스(1차 소주방, 2차 노래방, 3차...)로 모시겠습니다, 진숙씨' '네?, 아 네...'진숙이는 어안이 벙벙. 두섭이는 뭐라 함부로 말도 못하고...친구 나라는 두섭의 눈치를, 아니, 불쌍해서인지...진숙이 폰 번호를 그 놈의 폰에 찍어주는 박애정신까지 보여주었다...결국, 올라오는 버스에서...호준, 진숙이에게 문자보낸다고...두섭 생난리치고 그사이 조용히 난, 예의상(?)문자 날리고...여자앞에선 신의가 없는건가...
역시, 나는 올라오는 4시간여 버스에서, 간만에 호준이와 살아가는 애기 이후 살 애기...등 토론까지 해가며 진한 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