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상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상진이 ...
아주 오래전에 상진인 깡통을 들고 하얀 고무신 신고 낡은 양복
둥둥 걷어 입은 차림새로 우리집 문을 두드렸다
열린 대문 사이에서 밥좀 주세요 ,, 하는 소리에 한여름
마루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엄마 와 나 동생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 보는데 상진인 아랑곳 없이 아줌마 배가 고파서 그러니 찬밥
남은것 있음 좀 주세요 하며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정 많은 엄마는 두말도 않고 부엌으로 가서는 작은 상에 밥이며
간단한 반찬을 챙겨서 들고 나와 마루에 차려줬다 상진인 밥상을
보고도 마루로 올라 오지 않고 ,거지는 그런데서 먹는게
아니라며 밥과 김치를 깡통에 부어서는 마루밑에 앉아서는 맛있게
먹고는 잘 먹었다고 인사를 아주 깍듯이 하고는 갔다
그렇게 상진이와 우리의 첫 만남은 어색하고 호기심 가득한
거지와 밥 나눠준 아줌마 , 눈 동그랗게 뜨고 앉아 쳐다보던
아이들 이었다
그 후로 상진인 가끔 들려서 밥을 먹고 갔는데,밥먹는 장소가
마루밑 아니면대문옆 이었다 대문에 비스듬이 기대서 사람하나
드나들기도 어렵게 막아서서는 밥을먹고 들락거리던 강아지와
놀다 가곤 했다
어쩌다 밥때가 되어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자기는 거지니까
절대로 함께 먹을수 없다며 구지 상에 차려놓은 밥그릇을
내려서는 봉당에 앉아서 먹었다
우리는 마루위에 상에 둘러 앉아 먹고 상진인 봉당에 걸터앉아
다니며 들은 얘기들을 해가며 참 맛있고 재밌게도 먹었다.
그렇게 얼마를 드나 들었을까,, 붙임성 좋은 동생은 어느새
상진이와대문 옆에서 장기를 두는 사이가 되었고 나보다
한살 많다는 상진인 자기를오빠라고부르라고
장난을 걸어 오기도 했다
차츰 가까와 지면서 상진인 자기 얘기를 하나 둘 털어 놓기도 했다 ,
부산의 어느 고아원에 있었는데 원장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 도망쳐
왔다는 얘기며 ,지금은 어느교회의 목사님이 많이 살펴 주시고 어쩌면
그분 도움으로 미국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믿기지 않는 얘기도 했지만 ..
어느 일요일 아침 양복에 구두까지 말쑥하게 차려 입고
성경책 옆에 들고 가는 상진이를 본 다음부터는 그말이
정말 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상진인 한 2 년 정도 우리집을 드나 들더니 어느날은
목사님 도움으로 서울로 가게 됐다며 인사하러 오고 난 뒤에는
다신 볼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 한테 상진이 얘기를 전해 들은 동생과 나는
많이 서운해 했고 늘 같이 장기를 두던 동생은 상진이가
밉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때가 동생과 내가 중학교 다닐때 였으니 지금쯤은 상진이도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있을거다
요즘도 동생과 만나면 가끔 상진이 얘기를 한다 .
동생은 한 10 년 쯤 전에 상진이를시내에서 한번 본것 같다고 했다
우리 생각에 어쩌면 상진이는 전에 살던집으로
한번쯤은 찾아 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상진이라면 분명히 찾아오고도 남을거다
요즘엔 어디를 가도 깡통들고 멋있게 밥을 구걸하는 거지는
볼수가 없다
그만큼 우리 사는 형편이 나아 졌겠지,,
절대로 밥상위나 마루에서 함께 밥을 먹지 않던 멋 있는 거지
상진이가 가끔은 그리워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