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날,
엄마와 장을 보러 가는데, 가는 길목의 치킨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지나가는 말로 맛있겠다고 말하자 마자 엄마가 내 손을 덥썩 잡고 치킨집에
끌고 갔다. 동생에게는 비밀이라고 하며, 치킨한마리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낮인데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술 먹을 나이가 됬다고, 엄마가 맥주 마실거냐고 물었다.
됐다고 다음에 먹자 했고, 배달이 밀려서 조금 늦게 나올 것 같아
아무말이나 꺼낸다는게, 엄마의 첫사랑을 물었다.
당연히 첫사랑이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25살 아빠를 중매로 만나 결혼하자마자 나를 낳고 이제껏 엄마에게 첫사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엄마는 웃으면서, 아빠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했다..
엄마의 첫사랑..?? 궁금했다.
엄마가 17살때..인가 18살때인가...의류공장에서 일을 하던 엄마에게
친구가 아는 오빠라며 소개시켜 준 것이 인연이 되었단다.
그 분은 엄마에게 시도 읽어주고, 책도 권해주고, 가끔 만나서 영화도 보고
참 다정다감해서, 엄마는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군대에 가게 됬단다.
군대에 가서 엄마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지만, 엄마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왜 안보냈다고 하니...
엄마는 조금 우울한 표정으로,,
당신이 배운게 짧아.. 글씨도 못쓰고, 문장력도 없어..차마 보낼 용기가
안들었단다...
마음이 저릿했다.
그 후로 만나지 못했냐고 물었다.
길거리에서 군복을 입고 친구들과 걸어가는 것을 봤다고 ..
아는체도 안하고 그냥 지나가더라고 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아빠를 만나 결혼 했다고...
치킨을 먹고 장을 보러 가던중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알아볼수 있겠냐고,
만나면 아는체 할거냐고 물었다.
엄마는 알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칠거라고 했다. 다 지난 일인데 뭘 아는체를
하냐면서..
그래도 아빠에게는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게 했다..
엄마도 여자고, 첫사랑이 있었다는걸, 그때 새삼 깨달았다.
나는 언제쯤 첫사랑 이란걸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