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 시절에 학원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았던 적이 있다.
묘하게 특별한 날도 아닌데 그 날이 금요일이던가,아무튼 두 녀석이 같은 날에
내게 선물을 건냈었다.
묘한건 둘의 집안 형편이 극과 극을 달리는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선물을 들고 온 녀석의 집은 그 동네에서 첫째 둘째 하는 부유한 집 애였는데 그 녀석의 선물은 포장부터 달랐다.
웃으면서 고맙단 말을 하고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렀더니 한눈에 봐도 고가 품임을 알 수 있는 대나무 모양의 향수병이 도도하게 놓여있었다.
중학교 2학년 녀석이 자기 힘으론 선물하기엔 좀 비싼 것 같아 부담스런 마음와 걱정스런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다고 돌려주기도 멋해서 그냥 가방에 넣고 수업을 들어갔다.
그런데 바로 다음 시간, 한 시간 뒤에 다른 한 녀석이 교무실로 와서
내 자리 주위를 맴돌다가 수업 종이 칠 때 쯤 내게 무엇인가를 건네고 후다닥 교실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뛰어들어간 그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일단 수업을 마치고 봐야겠다 싶어서 역시 가방안에 넣었다.
하지만 그 날 수업이 연달아 5시간 있는 날이라 정신 없이 수업하느라 깜빡하고는 미처 고맙다 말도 못한채 퇴근 하고 말았다.
집으로 와..애들 시험지를 검토하던 도중 문득 학원에서 두 애가 준 선물이 생각나서 가방을 열어 그 선물들을 꺼내보았는데 향수를 먼저 꺼내고 보니 역시 부담스럽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다음으로 뒤에 녀석이 도망치듯이 사라지면서 주고 간 선물은 작은 상자였는데 예쁘게 한지로 감싸고 종이끈으로 묶어 리본을 만든것이었다.
조심스럽게 풀러보니(원래 선물받으면 포장지도 보관하는 버릇에) 목캔디 두 갑, 오백원 짜리 목캔디 두 갑이 들어 있었다.
조금 뜻밖의, 하지만 좀은 재밌는 선물에 웃으면서 붙어 있는 목캔디 두 갑을 분리 했더니 그 사이에서 편지로 보이는 종이가 툭 떨어졌다.
종이 끝과 끝이 반듯하게 접혀서 서로 길이와 마무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그냥 봐도 정말 정성들여서 접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편지를 펼쳐보니
'선생님...사랑해요..
매일..오래 오래..말씀 많이 하시느라..힘드시죠?
이거 드시고...공부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저도..앞으로 말 잘 들을께요...
그럼..선생님..행복하세요...'
샤프로 꾹꾹 천천히 정성들여서 쓴 글씨가 한 눈에 확 들어왔는데 글쎄 별 특별 할 것도 없는 그 내용에 그만 난 감동을 받고 말았다.
한 아이의 향수와 다른 아이의 목캔디 두 갑.
거의 동시에 받은 선물이지만 내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 준 선물은 합쳐봐야 천원 남짓한 목캔디었다.
물론 향수를 선물한 아이의 마음도 고마웠지만, 목캔디 갑 사이에서 떨어진 편지 한 장은 정말 내가 받은 선물 중에 감동을 주는 몇 안되는 선물이었다.
그 당시 난 강의가 너무 연달아 있어서 목이 거의 쉴 정도였었는데 그걸 그 아이가 알고선 며칠을 고민 고민하다가 선물한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도 그 아이한테 편지를 썼다.
목캔디 하나 하나 싸고 있는 종이에다가 날짜와 언제 먹었는지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구나 라는 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