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자.
금빛 고운 햇살이 푸르게 녹아있는 바다로.
하루종일 걸어도 달려도 좋으니.
우리, 바다에 가자.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다다르니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온 몸을
적시고자 하는 뭉글뭉글한 소망은 피시시 소리 내며 감춰지고 그저
한참동안이나 보게 되더라.
그 모습을 그저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하더라.
.. 더라?....... 꿈?
꿈이었나.
아.. 그랬었지. 이 맘 때 쯤이면 익숙해져 있는 꿈이었지.
그럼에도 좀처럼 쉬워지지 않는 아쉬운 꿈.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푸르고 푸른 바다.
따끔거리는 하얀 모래알갱이.
그리고 단 하나의... 그림자..?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느낌만이 아련히 남아 있을 뿐이다.
잔잔한 물결마냥 내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정감어린 목소리.
선선한 바람에 실려온 짭짜름하고 부드러운 향기.
작은 바다를 담고 있던 작고 흰 조약돌과 그 잔재들.
곳곳에 숨어있는 모습들이 그리운 하나 되고.
그 순간의 작은 아이는 다시 한번 웃는다.
조금은 조심스럽고 작게나마.
우리는 꿈을 꾸었더랬지.
서툴지만 그래도 크고 높게 쌓았던 모래성만큼이나.
우리의 꿈도 그렇게 차곡차곡 고이 묻어놓았던 걸 기억하니?
파도가 시샘하여 마음대로 헝클어놓아도,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마구
뭉개버려도 몇번이고 쌓아올려 점점 더 튼튼하고 높아지기만 했잖아.
그 때는 작은 손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겠지?
오래 전에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기 때문일거야.
조금만 더 살피고 지켜주면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텐데.
하지만 뭐 어때?
그 모래성은 항상 다시 만들 수 있었잖아..
근사하지도 아기자기하지 않았어도 우리의 꿈을 가득 담을 수 있도록
조금은 서툰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