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풋볼 중계를 매주 주말 즐기면서 발견하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감독들이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이 저마다 다르고, 위기나 급한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이기던 게임이 뒤집어지면서 상황이 급박해지거나, 충분히 잘할 수있는 플레이를 성공 못시켰을 때, 또 자기의 지시를 잘 소화하지 못했을 때, 감독들은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표정도 마구 바뀌고, 선수들의 얼굴 가까이서 소리를 지르는 감독도 있습니다. 실수를 하면 그 자리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게 하는 감독도 있습니다.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 않을 때도 감독들은 거세게 항의합니다. 머리에 쓰고 사용하던 헤드폰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경기장으로 나와 항의를 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년 동안 풋볼 경기를 즐겨보다 보니, 전국적으로 명성을 인정받는 몇몇 대학팀들의 감독들에게서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감독들이 급한 상황에서 표정이 변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과 반대로, 명감독들은 상황이 변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해 약체로 평가된 팀과 경기를 하다가, 의외로 뒤지는 상황이 벌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하프 타임에 작전을 다시 지시하여 게임을 뒤집습니다. 그들은 뒤지는 상황에서도 자기 선수들에게 질책을 하기보다는 상대팀과 자기팀의 장단점을 침착하게 분석함으로써 결국 승리를 이끌어냅니다.
여느 팀 같으면, 선수들이 실수하거나 전세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생기면 감독부터 흥분하여 제자리에 서 있지를 못하는데, 명감독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말없이 경기를 지켜보며, 공격과 수비를 담당하는 부감독들에게 계속해서 선수들을 이끌도록 지시합니다. 명감독들은 오히려, 힘든 상황일수록 선수들을 격려합니다. 뜻밖의 실수를 한 선수에게도, 작전을 지시대로 이행하지 못한 선수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실수를 하고 들어오는 선수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훈련시킨 선수가 자기가 지시한 작전을 이행하다 한 실수에 대해 경기장에서 질책하지 않습니다. 몇번의 실수를 반복하여 관중들조차 우려하는 선수를 다시 한번 세워 중요한 플레이를 하게 합니다. 감독과 선수가 한마음이며 굳은 신뢰로 연결되어있음을 그 몇시간의 중계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힘들 때일 수록 지도자의 지도력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둘러보면, 힘든 상황에서 드러나는 지도자들의 지도력은 스포츠 분야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터에서도 중요합니다. 힘든 상황,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으며, 자기의 지시에 따라 일을 추진한 부하 직원을 질책하지 않는 지도자를 사람들은 존경합니다. 조금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계획과 전혀 다른 상황이 생겼다고 당황하여 얼굴을 찌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대는 지도자들을 사람들은 겉으로만 존경하는 척합니다. 지시대로 하다가 일이 잘못되었는데, 구성원에게 책임을 묻는 지도자가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지시를 이행하되 불안속에 맘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명감독들도 가끔 집니다. 그리고 게임 직후의 기자 회견에서 패전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들은 자기의 지도력 부족을 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