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으며, 또 떠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살기가 힘들다고, 자녀 교육을 위해서, 또 더 큰 사업을 벌이기 위해 미국에 옵니다. 오죽 한국의 상황이 힘들고 살기가 어려우면 이렇게 자꾸 올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없는 고통을 겪습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서 설명을 못합니다. 경찰이 차를 세워도 왜 세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통지문에 뭐라 써있는지 모릅니다. 응급 상황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습니다. 관공서에 가서 각종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한마디로 영어를 못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고, 교포가 경영하는 가게를 들러 쇼핑을 합니다. 주일에도 한인 교회를 나가 예배를 드리며, 한인들이 설립하여 한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에서 일을 합니다. 말이 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니 참 좋습니다. 우리말로 대화하며 일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어 한국을 떠나온 사람들이 다시 또 한국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웃의 한인 가정 자녀들이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면, 자기 자녀도 학원에 보냅니다. 한국 방송이 보고싶으면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24시간 한국 방송만 봅니다. 한국인끼리 모여 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겪던 것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겪을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더 힘든 일도 많이 벌어집니다.
저마다 한국을 떠나 올 때의 상황과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며 살기에, 70년대에 미국에 오신 분들은 70년대 한국의 문화를 유지하고, 80년대에 오신 분들은 80년대의 문화를 고집합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오래 전에 미국에 오신 분들 중 상당수는 이 곳의 문화보다도 떠나올 당시의 한국 문화를 고집합니다. 개인주의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의 한국으로부터 미국에 오신 분들은 오래 전에 미국에 와서 많은 고생을 하시며 사업을 일군 분들과 갈등할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뉴욕, LA, 시카고, 워싱턴 디씨 등의 대도시에 형성된 코리아 타운은 제2의 한국이 되어 교포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 있지만, 한국을 떠난 한국인들에게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살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각종 경조사를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가운데, 직장에서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바쁘디 바쁜 삶을 다시 사는 것입니다. 고교와 대학 동문회 등, 각종 모임도 많습니다. 크고 작은 한인교회는 한 지역에만도 수백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인 교포간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바로 이 많은 교회들의 숫자인데, 자꾸 그 수가 늘어만 갑니다. 한국에서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돌보았는데, 이 곳에서는 어머니들도 대개 일을 하기에 자녀 교육이 더욱 어렵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미국내 한인 가정의 자녀들은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할 것입니다.
한국을 떠나 맘편히 살겠다고 오신 분들이 다시 한국에서와 같이 맘 고생을 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때때로 이 곳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그래서 더욱 한국인들을 힘들게 하는 삶의 현장이 됩니다. 미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없이 살기 좋은 곳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