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은이도 우리 부부와 함께 매주 교회를 갑니다. 우리 부부가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다은이는 주일학교의 프로그램에 나갑니다.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워낙 많다보니 아이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한국어로만 예배드리는 것과 달리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아이들은 영어보다 우리말이 편하기에 우리말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합니다. 또 여기서 태어나서 자랐거나 미국에 온지 오래되어 우리말보다 영어가 편한 아이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주일학교의 시스템이 두개라서 교사들도 두그룹입니다. 한국에서 성장한 후 미국에 오신 선생님들은 우리말로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미국에서 성장하신 선생님들은 영어로 가르치십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영어로 찬양을하며 영어로 성경 공부를 할 때면, 외모만 한국인이지 모두들 미국 사람들이 됩니다.
다은이의 선생님은 미국에서 성장하신 잘 생기신 남자분이신데,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실뿐더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잘 아셔서 가끔 주말에는 아이들과 컴퓨터 게임도 즐기실 정도입니다. 다은이가 선생님을 좋아하니 교회가는 것도 즐거운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한인교회들이 다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아이들의 신앙 교육을 위해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아이들의 선호 언어를 먼저 고려하는데,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일부 한인 부모님들은 교회에서라도 아이들이 우리말을 써야지 아이들이 한인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면서 교회가 우리말로 주일학교를 운영해주기를 주장합니다. 사실 영어로 예배드리며, 영어로 성경 공부를 하려면 집 가까운 곳의 미국 교회를 가고 만다는 것이죠. 그럴듯하게 생각됩니다.
영어로 주일학교를 운영해도 문제없다는 주장을 하는 부모님들은 언어나 정체성보다 아이들의 신앙에 초점을 맞추시는 분들입니다.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언어와 정체성 못지않게 크리스챤으로서의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영어를 하며 살든, 우리말을 하며 살든 아이가 평생 토록 변치 않는 믿음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은이는 우리말로 일상에서 대화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미국에 온 이래 수년간 주일학교에서 영어를 했기에 성경의 내용 가운데 어떤 어휘나 부분은 우리말로 잘 모릅니다. 우리말로 기도를 시켜도 아주 짧게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말로 예배를 드리게 해야할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부부는 다은이를 위해 열심으로 가르치시고 신앙의 본을 보여주시는 다은이의 주일학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선생님의 모든 것을 보며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국의 한인교회에서 아이들을 우리말로 가르치느냐, 쉽게 신앙의 깊이를 더하도록 영어로 끌어주느냐 하는 것은 이민교회의 숙제인 것같습니다. 교회의 규모가 커서 두가지 시스템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모를까, 이 문제는 많은 한인교회들이 계속 안고 가야할 부담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