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공동체를 이야기합니다. 외국의 공동체를 다녀오신 분들도 많고, 공동체에 관한 책을 읽으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표방하며 모임을 만드시는 분들도 늘어갑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한국인들 사이에서 공동체라는 단어는 분명 매력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도 크게 현수막에 쓰인 표어에 공동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공동체라는 말이 그저 신선하게 느껴져서 모임에 사용하지는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여 공부하고 계획하여 시작된 공동체도 많을 것입니다. 많은 준비는 그만큼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 것입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토양에서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하 또는 수직 관계로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잠재 의식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할 것입니다. 다른 조직 속에서도 그렇겠지만, 소위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를 섬기고 존경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위아래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책임이 더 크고,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윗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누가 누구보다 위에 있는 것입니까? 우리의 잠재 의식 속에 사람 사이의 위 아래를 따지는 의식이 남아있는 한, 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지도자는 지도자일뿐, 위에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서로를 섬기려면, 지도자부터 남을 섬겨야 합니다. 책임이 더 크고, 더 많은 공부를 했기에 남을 이끌 수는 있을 지언정, 지도자가 구성원 위에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공동체를 생각하며,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많은 단체나 조직들과는 다른 문화,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가치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에는 더없이 많은 정보와 사상, 가치들이 있기에 어지간해서는 참신함을 느끼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공동체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공동체를 떠납니다. 진정한 공동체를 맛보지도 못한 채, 공동체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공동체, 성공하는 공동체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섬기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이룩됩니다. 그것은 똑똑한 사람들이 사업 계획을 잘 세워서 추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돈이 모아져서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었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다른 구성원을 자기도 사랑하고 존중할 때 이룩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한국인으로서 이 시대에 맞는 공동체를 발전시켜,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이롭게 하려면, 그 공동체의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지도자와 구성원들은 남을 배려하고 자기를 낮추는 것부터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어른은 어린이보다 위에 있지 않습니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위에 있지 않습니다. 지도자는 구성원보다 높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생산자보다 위에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학생보다 위에 있지 않습니다. 더 많이 배운 사람도, 더 많이 가진 사람도, 더 유명한 사람도, 누구도 누구보다 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더 많이 남을 섬길 수 있는 경험과 지식과 조건을 가졌을 뿐, 남보다 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인의 공동체 운동이 더욱 많은 열매를 거두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