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뜨는날. 매일마다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크기로 올라가는 해.. 난 그 광경을 목격했었다.
그 전에는 일어나면 매일마다 하늘에 떠있었다. 언제 뜨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중간고사 공부하다보면 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은 해가 있는지 모른다. 해가 뜨고 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늘 똑같이 연속되는 하루. 이런 날 어쩌면 해를 본다는것 자체가 미친짓이 아닐까..
나는 봤다. 드디어 봤다. 공부를 늦게 까지 해서 아침에 늦게일어나 보지 않았다.
너무나도 일찍. 그때까지는 마음은 아직 자고 있을때. 나는 깨어있었다. 캄캄한 달이 저쪽에서 져 가고 있었다.
어느덧 어슴푸레 밝아오고, 해가 부끄러운듯 새빨간 얼굴을 들이민다.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 했던 해였던가!
해가 뜨자 세상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졸리지도 않았다. 졸린것도 잊고 있었다. 그냥 해만 봤다. 뚫어져라 보았다.
오오, 정말 작다. 손톱만했다. 아니, 손톱보다 더 작을지도..
새빨갛다. 둥글둥글. 저 먼 우주속에 숨어있던 해가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
난 캄캄한 밤이 싫다. 해가 좋다. 낮이좋아.
거기는 정동진이다. 정동진 여름바다. 해가 슬며기 고개를 들면 더위도 없다.
짜증나는 함수니 뭐니 다 필요 없다. 오직 해에 끌려갈 뿐이었다.
너무 작았다. 티비에서 봤던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이런 기분일 줄이야.
밤을 세운 보람이 있군.
마음이 깼다. 드디어 깼다. 이젠 마음도 감동한다.
밤바다는 매우 추웠다. 으슬으슬 떨었다. 그러다 해가 언 몸을 녹인다. 싱긋 웃는다. 나도 웃고 가족들도 웃고 주변의 관광객들도 웃었다.
곳곳에서 사진플래시. 팡팡. 찰칵찰칵.
그날 나도 사진속으로 들어갔다. 찰칵.
해를 담았다 찰칵.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찍어놨다. 찰칵.
매우 더웠던 그날 내 마음에는 조그마한 해가 하나 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