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마치 꽃이 갓 피어난 모양 그리도 활짝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좀처럼 잘 웃지도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이 녀석이 왠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도통 이유가 알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따라 옷매무새도 달라보입니다.
평소에는 성별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더우면 다 벗어제끼고 추우면 이것저것 다 껴 입는 그런 옷을 입는 녀석인데 말이죠.
"무슨 일 있어.......?
"아니~
대답을 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를 않습니다.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군.
지레 짐작을 해보고 말을 던져보았습니다.
"너 용돈 받았냐?
"아니..
"꽁돈 생겼구나?
"아니..
"그럼 친구가 돈 갚았냐?
"아니.. 야.. 왜 다 돈 얘기인거냐??
"네가 좋아할 이유가 돈 밖에 없잖아?
사실 그랬습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이 아이를 유일하게도 기쁘게 한 것은 '돈' 뿐입니다.
그런데 손이 워낙 커서 돈이 생긴다 싶으먼 한꺼번에 다 쏟아붓는 녀석이라 별로 실속파는 못됩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한 턱을 여러 번 쏜 후 뭐가 좋은지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이 녀석의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해서라도 결국에는 제가 다시 쏘기 때문에 저 또한 남는 것은 없습니다.
서로 닮은 점이라면 이 것 뿐일겁니다.
"그럼 왜 자꾸 헤실거리는 거냐?
"내가?
"그래... 지금도 헤실거리고 있잖냐..
"그래..?
하지만 보기는 좋습니다.
이유가 어찌됐든간에 웃는 모습을 보면 서로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죠.
이 녀석이 이렇게 환히 웃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습니다.
"이 자식.. 너야말로 왜 그렇게 웃는데..
"나도 모르지....
이 아이가 웃는 모습에 저도 잠시 이상해진 모양입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습니다.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오랜만에 실컷 웃어봤습니다.
이 녀석이 이번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를 보는군요.
그냥 오랜만에 웃고 싶었던 걸까요.
그저 곱게 웃던 이 아이의 모습에 순간 잊어버렸습니다.
모든 생각과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을 한 순간에, 마치 지워진 것처럼.
그래서 후련하게 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순히 그렇게 웃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군요.
그 웃음에.
09.24
'사랑'때문인가 보다..하면서 글을 읽어내려갔는데, 그런 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좋네요. 가끔 웃음이 나오는.. 그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