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내가 본 하늘은 참 하얗고..맑았고.. 너무도 높고..컸었다.
어찌나 컸던지 팔을 한껏 뻗어보아도 하늘의 아주 작은 공간조차 팔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느낌이었으니까..
그보다 더 어렸을땐 난 하늘을 몰랐다.
존재하는것 조차 알지 못한채 그 아래서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맞이했다.
하늘의 존재를 처음 느끼던날..
그 평평하고 길게 깔아놓은 유리단 같던 그 하늘을..
난 할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보게 되었다.
아련한 기억속에, 앙상한 대추나무 끝에 남은 몇개의 대추알을 따서 내손에 쥐어주시던 그 모습위로 하늘의 존재를 느꼈다.
그때의 하늘은 맑았고 깨끗했다.
그리고 난 조금씩 자랐고.
언제나 변함없어 보이는 그 하늘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보지 않아도 항상 그곳에 있다는걸 알아..
올려다보는 일조차 없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갔다.
하늘따위는..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리고 난 더 자랐다.
자랐다는말이 무색할만큼...
이젠 알게 되었다.
하늘은..그 유리단같던 맑은 하늘은 언제나 그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는것을..
유리단을 두쪽으로 갈라버리는 번개와 그것을 다 쏟아내리는 천둥..눈물의 비까지 모두..
그리고 이젠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느끼는 아이는..하늘을 올려다 본다.
언제 또 깨질지 모르는 그 유리단같은 하늘을..
왜 일러주지 않았을까?
하늘을 처음보던 날..
그 하늘이 무섭게 깨져버리는 날이 가끔은 있다는 사실을...
혹시... 할아버지도 모르셨던건 아닐까..?
이젠 하늘이 다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때..그 작은키로 올려다 보면 한눈에 다 들어왔던 그 하늘이..
더 자란키로.. 동그란눈을 떠봐도..하늘의 조각만을 보고있다.
하늘이 성을내는지 밝게 웃는지 조차 감각하지 못한채로...
어지럽게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