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도배한 TV 뉴스
월드컵 기간 동안 TV 뉴스가 월드컵 보도로만 100% 채우는가 하면, 똑같은 기사를 두 명의 기자가 제각각 반복하는 등 유례없는 과잉·경쟁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지난 6월 10일~16일과, 한국 대 이탈리아·스페인·독일전이 열렸던 18·22·25일의 TV 3사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미디어워치는 “방송사들이 월드컵 뉴스로 도배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시청자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모니터 결과 한국전이 열린 14·18·22·25일 4일간 SBS 뉴스는 100% 월드컵 기사로만 채우는 ‘신기록’을 연출했다. 다른 채널 월드컵 기사 비율도 MBC 96%, KBS 94%에 달했다. 지방선거(6월 13일)를 사흘 앞둔 6월 10일부터 나흘도 선거 관련 뉴스는 SBS 19.6%, MBC 17%, KBS 10.5%에 불과했다.
특히 KBS 뉴스는 6월 10일 ‘붕대투혼 빛났다’ 기사와 ‘공간 돌파 취약’ 기사를 기자만 각각 달리해 두번씩 리포트했고, MBC도 22일 스페인전 후 뉴스에서 ‘젖먹던 힘 다했다’ ‘이 악물고 뛰었다’는 식으로 비슷한 기사를 중복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또 KBS의 경우 승리 후 버스에 올라가거나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질주하는 차량을 보도하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라면서 위험성 지적엔 소홀했고, MBC는 거리로 뛰쳐나왔다가 오토바이와 부딪친 사고를 알리면서도 “큰 불상사는 신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워치는 “월드컵 기간 TV 뉴스는 같은 내용을 수없이 반복해 보여주고 똑같은 뉴스를 반복하는 ‘앵무새 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