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 홍수
아프가니스탄 산사태
방글라데시 여객선 침몰
우리나라의 세월호..
유달리 요즘에 그런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건지
그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런 소식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서 몰랐던 건지
갑자기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깝게 지켜봤던 건 역시 세월호 사건일텐데,
사건 발생 후 대처과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터널>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터널 붕괴 사고로 인해 잔해 속에 고립된 주인공 이정수의 두려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타인에 대해 절망하는 피해자 가족,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드러나는 터널 부실공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책임 회피,
대책도 책임자도 없이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기관들,
처음엔 동정하고 걱정하지만 길어지는 구조 작업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자 점차 싸늘해지는 여론.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답답하고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현실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실제 상황으로 겪어보니 정말 소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 및 일부 승무원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인간같지도 않은 악플을 달던 일부 네티즌들,
기본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채 운행되는 안전불감증,
사고 이후 밝혀지는 부정, 비리..
무엇보다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충분히 표현하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들에서
사고 직후 피해자들의 사랑한다는 메시지들이 떠올랐고,
고립되어 있는 생존자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과정, 두려움과 싸우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도 그랬을까 감정이 이입되어 더 안타까웠다.
자기만 살겠다고 뛰어나온 선장 같은 사람은 살아 있는데
남들을 구하겠다고 남아있었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게 참...
또 다시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어디서부터 개혁하고 무엇부터 대비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