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삶을 그대로 그려놓은 일기같은 이야기입니다.
나그네향기라는 책은 주부님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나처럼 남의 잘못을 그대로 봐주지 못하는 사람에겐 나 자신의 삶에는 문제가 없는지 나 자신 돌아보면서 궁금해지기도 한다
물론 나는 내 주위에 친구나 형제들에게 성격이 나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고 배울 점이 있다는 칭찬을 듣기도 하면서 때로는 내 안에 들어있는 아집과 고집에게 충고도 하면서 살아간다.
남의 잘못을 적시 지적하는 성격인지라 내 주위에 제일 가까운 내 남편께 자숙하란 충고를 많이 들으면서 살고 있다.
남편께선...."혈압까지 놓으신 우리마님 그냥 보고 넘기십시오. 당신의 기준에서 보시지 마시옵소서...신경 너무 쓰셨어 당신 주름생기고 늙으면 누가 책임지리오 ?
나는..."아니지요. 내가 그런 꼴을 보고 어찌 그냥 넘기리오..그러면 세상이 탁해져서 아니되옵니다.
가끔씩 우리부부의 웃음 섞인 대화내용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매일 바쁘게 허우적이다 보니 내 손수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남의 손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엄하게 자신의 모든 행동은 자신이 책임지면서 살아야한다고 가르치면서 살았다.
그러다 이민이라는 가파른 언덕 위에 올라서고 보니 뒤돌아 볼 틈조차 없이 또다시 바쁘게 살아왔다.
오직 희망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 푸르디푸른 초원이 있을 것이란 꿈을 쫓아 열심히 내가 그려놓은 선의 방향을 따라가면서 옆도 돌아보지 않고 바쁘게도 살았다.
때로는 얼굴색 다른 민족의 삶을 엿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하고, 또 많은 것을 잃기도 하면서...나에겐 헤아릴 수 없는 별의별 시간들과 투쟁도하고 타협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은 철저하게 배우려고 노력했고, 버려야할 것은 철저하게 버리려고 하면서 살았는데, 아무리 버리려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라오면서 받아들여진 동족이라는 동족애와 내 조국의 뿌리깊은 가치기준은 세월이 아무리 흘려도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민자들 사이에선, 자신이 한국을 떠날 때 그때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 것만 봐도 깊이 뿌리내려진 자신의 가치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쁜 것들은 빨리 버리고, 정말 좋은 점들은 받아들여야 함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들은 먼저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특히 유학생들에게서 그런 현실을 많이 느낄 때 가슴이 아프다
부모들은 공부를 시키려고 보냈을 것인데, 시드니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은 자유를 갈망한 아이들처럼...얼굴색은 황색이면서 생각은 노랑머리로 살려고 하는 그 무서운 발상을 보면서 그곳에서 오래 살아 온 나로선 정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여 몇 번이나 충고를 하기도 했다.
내 딸의 말에 의하면....엄마 그렇게 바른말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다는 말로 겁을 주기도 했지만, 자신의 부모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겠는가...돌아서서 욕이나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가끔씩 눈에 거슬리는 학생들을 보고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다 한국에 들어와 보니...한국은 내가 떠날 때의 생각은 이미 구석기시대사람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곳곳에 노래방이다, 모텔이다, 사우나다, 먹고 씻고 자기 위해서 만들어진 황홀경세상 같았다.
누구나 입에선 윌빙을 부르짖고, 먹고 입고 씻고 자고 모두가 윌빙으로 하자고 들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인간이라면 누군들 잘먹고 잘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정신은 아직 윌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빙부터 찾는데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목욕탕에서 의구심 (1)
지금엔 나도 사우나엘 자주 가긴 하지만, 목욕탕에서 돌아올 때마다 한 두 가지의 의구심이 생긴다.
다리 수술을 후에, 박사님께선 남의 속도 모르고 빨리 시드니에 가서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을 하란다
시드니엔 병원마다 물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있고, 물론 의료비가 전액무료이니, 나 같은 사람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엔 수영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나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목욕탕뿐이다.
내가 목욕탕엘 갈 때마다 우리아파트에 살고있는 몇 명의 여자들은 아침부터 와서 오후한시까지 그곳에서 보낸다고 했다.
나는 운동을 한답시고 한 시간정도 있다 나오면 그렇게 빨리 집에 가서 뭐하냐고들 자신들이 나를 데려다 줄 테니 같이 가잔다.
나는 더 이상 답답해서 나가야되겠다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언제나 의구심이 들곤 했다.
매일같이 목욕탕에서 뭘 할까...집에 가면 할 일이 많을 텐데...남편은 뭘 할까...이런저런 궁금증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은 직접 물어보았다.
왜 매일 목욕탕에 있느냐고...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침에 운동하고 목욕탕엘 와서 오후 한시에 나간단다.
그 말을 듣곤 집안 일은 누가 하느냐고 물었더니, 집안 일이 뭐에 그리 많으냐고 반문한다.
나는 딱히 할말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면서...그 여자들에게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부지런하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나 같은 사람은 밤낮 일을 해도 일이 많던데...일하는 아줌마를 두고 살아도 역시 일이 많던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목욕탕에서 의구심 (2)
어린이날을 앞두고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제도 목욕탕엘 갔다. 나는 앞에서의 말처럼 누가 내 눈앞에서 보기 흉한 일을 하면 그냥 보고 넘기질 못한다.
어제는 내가 물 속에 앉아서 다리 운동을 하고 있을 때 90살도 더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며느리인지 딸인지 손에 의지하여 물 속으로 들어오셨다.
나와 할머니는 옆에 같이 앉아있었다. 세월에게, 자손에게, 다 빼앗겨버리고 쇠퇴해 질대로 쇠퇴해 보이는 할머니의 육신은 쳐다보기에도 민망해 보였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어머니생각에 잠겨있었는데, 내 뒤에 세 살 정도의 아들을 데리고 새댁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하필이면 이곳에 자리를 잡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쯤..."아주머니 저쪽으로 좀 비껴 앉아 주세요 ? 우리아이가 물놀이하기가 나빠서요.
꼬마는 바가지로 물을 퍼 올린다. 나는 조금은 불쾌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생각해서 비껴 앉아 주었다.
잠시 후...옆에 계신 할머니께 또 똑같은 말로 비껴 앉아달란다.
그때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다짜고짜..."새댁 새댁이 아이를 데리고 저쪽으로 가면 되지 어디서 할머니를 비껴 앉아 달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젊은 사람이 어째 그래...두 살 먹은 너 아이 때문에 나이 잡수신 할머니를 비껴 앉으라고...세상이 아무리 젊은 사람 천국이라 해도 그렇게 살면 못써...?
내 말이 나가기가 무섭게..."아줌마가 왜 그러세요 할머니는 아무말씀 안 하시는데...?
"야 이 사람아 저 할머니가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계시잖아"
"아주머니 왜 반말을 하세요?
"이 사람아 나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 사람에겐 말을 높여 주지 않고 반말해..왜..그런 말이 듣기 싫으면 행동을 똑바로 하면 되지...새댁도 할머니가 계셨기에 어머니가 있는 것임을 왜 몰라...어느 댁 따님인지 교육이 잘못되었네...내 아이들도 새댁처럼 행동하고 다닐까 걱정이네 그려...세상이 어찌되려고...휴~휴~
그렇게 자리를 옮겨 앉은 새댁의 눈초리 때문에 어제 나의 목욕은 또 엉망이 되어버렸다.
내가 목욕탕엘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우리한국엔 공동체생활에선 많이 뒤떨어져있는 것 같다.
물 부족국가라고 신문이나 티비에서 떠들면 뭐하겠는가...윌빙을 아무리 외쳐본들...정신이 윌빙이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흔히 목욕탕에서 예뻐지려고 얼굴에다 부어된 야쿠르트나 우유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나 할 일이지 남들이 먹지도 못하는 비싼 야쿠르트나 우유를 몸에다 발랐으면 뒤처리나 깨끗이 해 줄 일이지...
한국의 목욕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은 너무 많다는 것을, 나는 목욕탕에 갈 때마다 느끼고 돌아온다.
작년에도 내가 우리나그네향기 여자회원들에게 목욕탕에서의 문화를 잘 가꾸어 가는 일과 윌빙으로 살려면 여자들부터 깨어나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엔 정말 우리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싶은 말...
자식은 자신의 눈에만 예쁘게 보이니까...제발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야 할 것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을....
그러기에 어른들의 행동은 바로 교육이란 것을....
공부도 잘해야하겠지만 인성교육이 무엇인지...어떡하면 정서가 메마르지 않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생각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몇 일 있으면 어린이날이며 어버이 날인데, 어린이 저 자신보다도 할머니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만 한다면 훗날 내 아이가 다시 그 자식에게 틀림없이 그 부모를 공경하는 인격을 대물림시킬 것이 아니겠는지요...여인들이여 재발...?
옛말에...걸레는 걸레 맛이 나야하고, 행주는 행주 맛이 나야한다는 말을 난 좋아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지켜가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충실해야하지 않겠는가...
나그네향기라는 책은 주부님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나처럼 남의 잘못을 그대로 봐주지 못하는 사람에겐 나 자신의 삶에는 문제가 없는지 나 자신 돌아보면서 궁금해지기도 한다
물론 나는 내 주위에 친구나 형제들에게 성격이 나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고 배울 점이 있다는 칭찬을 듣기도 하면서 때로는 내 안에 들어있는 아집과 고집에게 충고도 하면서 살아간다.
남의 잘못을 적시 지적하는 성격인지라 내 주위에 제일 가까운 내 남편께 자숙하란 충고를 많이 들으면서 살고 있다.
남편께선...."혈압까지 놓으신 우리마님 그냥 보고 넘기십시오. 당신의 기준에서 보시지 마시옵소서...신경 너무 쓰셨어 당신 주름생기고 늙으면 누가 책임지리오 ?
나는..."아니지요. 내가 그런 꼴을 보고 어찌 그냥 넘기리오..그러면 세상이 탁해져서 아니되옵니다.
가끔씩 우리부부의 웃음 섞인 대화내용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매일 바쁘게 허우적이다 보니 내 손수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남의 손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엄하게 자신의 모든 행동은 자신이 책임지면서 살아야한다고 가르치면서 살았다.
그러다 이민이라는 가파른 언덕 위에 올라서고 보니 뒤돌아 볼 틈조차 없이 또다시 바쁘게 살아왔다.
오직 희망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 푸르디푸른 초원이 있을 것이란 꿈을 쫓아 열심히 내가 그려놓은 선의 방향을 따라가면서 옆도 돌아보지 않고 바쁘게도 살았다.
때로는 얼굴색 다른 민족의 삶을 엿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하고, 또 많은 것을 잃기도 하면서...나에겐 헤아릴 수 없는 별의별 시간들과 투쟁도하고 타협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은 철저하게 배우려고 노력했고, 버려야할 것은 철저하게 버리려고 하면서 살았는데, 아무리 버리려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라오면서 받아들여진 동족이라는 동족애와 내 조국의 뿌리깊은 가치기준은 세월이 아무리 흘려도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민자들 사이에선, 자신이 한국을 떠날 때 그때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 것만 봐도 깊이 뿌리내려진 자신의 가치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쁜 것들은 빨리 버리고, 정말 좋은 점들은 받아들여야 함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들은 먼저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특히 유학생들에게서 그런 현실을 많이 느낄 때 가슴이 아프다
부모들은 공부를 시키려고 보냈을 것인데, 시드니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은 자유를 갈망한 아이들처럼...얼굴색은 황색이면서 생각은 노랑머리로 살려고 하는 그 무서운 발상을 보면서 그곳에서 오래 살아 온 나로선 정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여 몇 번이나 충고를 하기도 했다.
내 딸의 말에 의하면....엄마 그렇게 바른말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다는 말로 겁을 주기도 했지만, 자신의 부모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겠는가...돌아서서 욕이나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가끔씩 눈에 거슬리는 학생들을 보고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다 한국에 들어와 보니...한국은 내가 떠날 때의 생각은 이미 구석기시대사람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곳곳에 노래방이다, 모텔이다, 사우나다, 먹고 씻고 자기 위해서 만들어진 황홀경세상 같았다.
누구나 입에선 윌빙을 부르짖고, 먹고 입고 씻고 자고 모두가 윌빙으로 하자고 들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인간이라면 누군들 잘먹고 잘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정신은 아직 윌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빙부터 찾는데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목욕탕에서 의구심 (1)
지금엔 나도 사우나엘 자주 가긴 하지만, 목욕탕에서 돌아올 때마다 한 두 가지의 의구심이 생긴다.
다리 수술을 후에, 박사님께선 남의 속도 모르고 빨리 시드니에 가서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을 하란다
시드니엔 병원마다 물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있고, 물론 의료비가 전액무료이니, 나 같은 사람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엔 수영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나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목욕탕뿐이다.
내가 목욕탕엘 갈 때마다 우리아파트에 살고있는 몇 명의 여자들은 아침부터 와서 오후한시까지 그곳에서 보낸다고 했다.
나는 운동을 한답시고 한 시간정도 있다 나오면 그렇게 빨리 집에 가서 뭐하냐고들 자신들이 나를 데려다 줄 테니 같이 가잔다.
나는 더 이상 답답해서 나가야되겠다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언제나 의구심이 들곤 했다.
매일같이 목욕탕에서 뭘 할까...집에 가면 할 일이 많을 텐데...남편은 뭘 할까...이런저런 궁금증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은 직접 물어보았다.
왜 매일 목욕탕에 있느냐고...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침에 운동하고 목욕탕엘 와서 오후 한시에 나간단다.
그 말을 듣곤 집안 일은 누가 하느냐고 물었더니, 집안 일이 뭐에 그리 많으냐고 반문한다.
나는 딱히 할말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면서...그 여자들에게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부지런하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나 같은 사람은 밤낮 일을 해도 일이 많던데...일하는 아줌마를 두고 살아도 역시 일이 많던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목욕탕에서 의구심 (2)
어린이날을 앞두고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제도 목욕탕엘 갔다. 나는 앞에서의 말처럼 누가 내 눈앞에서 보기 흉한 일을 하면 그냥 보고 넘기질 못한다.
어제는 내가 물 속에 앉아서 다리 운동을 하고 있을 때 90살도 더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며느리인지 딸인지 손에 의지하여 물 속으로 들어오셨다.
나와 할머니는 옆에 같이 앉아있었다. 세월에게, 자손에게, 다 빼앗겨버리고 쇠퇴해 질대로 쇠퇴해 보이는 할머니의 육신은 쳐다보기에도 민망해 보였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어머니생각에 잠겨있었는데, 내 뒤에 세 살 정도의 아들을 데리고 새댁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하필이면 이곳에 자리를 잡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쯤..."아주머니 저쪽으로 좀 비껴 앉아 주세요 ? 우리아이가 물놀이하기가 나빠서요.
꼬마는 바가지로 물을 퍼 올린다. 나는 조금은 불쾌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생각해서 비껴 앉아 주었다.
잠시 후...옆에 계신 할머니께 또 똑같은 말로 비껴 앉아달란다.
그때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다짜고짜..."새댁 새댁이 아이를 데리고 저쪽으로 가면 되지 어디서 할머니를 비껴 앉아 달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젊은 사람이 어째 그래...두 살 먹은 너 아이 때문에 나이 잡수신 할머니를 비껴 앉으라고...세상이 아무리 젊은 사람 천국이라 해도 그렇게 살면 못써...?
내 말이 나가기가 무섭게..."아줌마가 왜 그러세요 할머니는 아무말씀 안 하시는데...?
"야 이 사람아 저 할머니가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계시잖아"
"아주머니 왜 반말을 하세요?
"이 사람아 나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 사람에겐 말을 높여 주지 않고 반말해..왜..그런 말이 듣기 싫으면 행동을 똑바로 하면 되지...새댁도 할머니가 계셨기에 어머니가 있는 것임을 왜 몰라...어느 댁 따님인지 교육이 잘못되었네...내 아이들도 새댁처럼 행동하고 다닐까 걱정이네 그려...세상이 어찌되려고...휴~휴~
그렇게 자리를 옮겨 앉은 새댁의 눈초리 때문에 어제 나의 목욕은 또 엉망이 되어버렸다.
내가 목욕탕엘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우리한국엔 공동체생활에선 많이 뒤떨어져있는 것 같다.
물 부족국가라고 신문이나 티비에서 떠들면 뭐하겠는가...윌빙을 아무리 외쳐본들...정신이 윌빙이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흔히 목욕탕에서 예뻐지려고 얼굴에다 부어된 야쿠르트나 우유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나 할 일이지 남들이 먹지도 못하는 비싼 야쿠르트나 우유를 몸에다 발랐으면 뒤처리나 깨끗이 해 줄 일이지...
한국의 목욕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은 너무 많다는 것을, 나는 목욕탕에 갈 때마다 느끼고 돌아온다.
작년에도 내가 우리나그네향기 여자회원들에게 목욕탕에서의 문화를 잘 가꾸어 가는 일과 윌빙으로 살려면 여자들부터 깨어나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엔 정말 우리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싶은 말...
자식은 자신의 눈에만 예쁘게 보이니까...제발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야 할 것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을....
그러기에 어른들의 행동은 바로 교육이란 것을....
공부도 잘해야하겠지만 인성교육이 무엇인지...어떡하면 정서가 메마르지 않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생각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몇 일 있으면 어린이날이며 어버이 날인데, 어린이 저 자신보다도 할머니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만 한다면 훗날 내 아이가 다시 그 자식에게 틀림없이 그 부모를 공경하는 인격을 대물림시킬 것이 아니겠는지요...여인들이여 재발...?
옛말에...걸레는 걸레 맛이 나야하고, 행주는 행주 맛이 나야한다는 말을 난 좋아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지켜가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충실해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