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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너 하나로 가득차는 바구니

     날짜 : 2002년 09월 04일 (수) 1:43:49 오전     조회 : 5378      

벗꽃 2

가랑비에 겨워 꽃잎이 집니다.
그대 떠나간 발자국처럼 꽃잎이 집니다.

복사꽃은 아니더라도
이 꽃잎을 밟고 가면 그대 있는 곳에 이를까

왜 그 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을까
꽃잎처럼 창백해진 그대

파랑새의 날개짓이듯 꽃잎은
자꾸만 앞에서 날 끌어갑니다.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던 그대
눈물 빼면 아지랑이처럼 오를 것 같던 그대

그대와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처럼
꽃잎이 집니다.
좀더 가까이 얼굴 들여다보라고
작은 사진으로
작은 사진으로 꽃잎이 집니다.

미워 미워 미워
우박처럼
우박처럼 온몸을 때리며
무겁게
무겁게 꽃잎이 집니다.

미안해
미안해
메아리로 더듬거리면서
꽃잎이 집니다.

어서 따라오라고
한눈 팔지 말고 따라오라고
촉촉한 말줄임표로
비가 내립니다.
끝없는 연분홍 하트로
꽃잎이 내립니다.

-------------------------------------------------------------------

저 자: 이정연
출판사: 신아출판사
정 가: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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