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을 발견했습니다^^ 완전 따끈따끈!
7월 6일에 출간됐더군요. 원래 사려던 책이 따로 있어서 망설이다가 뒷표지에
김훈 소설가가 써놓은 책에 대한 극찬의 내용을 보고 홧김에 사버렸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좋네요. 시인의 글이라서 그런지 구절구절 마음을 울립니다.
몇 부분 이곳에 남겨두고 갑니다.
느린 마음
나는 깊은 강의 흐름을 보며 상자와도 같은 상점과도 같은 나의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되도록 한 구석을 비워 둡니다. 다 채우지 않습니다. 덜 채운 그곳을 적적한 곳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 한 구석은 비워 두어야합니다. 그럴 때만 우리의 마음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느린 열애
쓰다듬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좀 그렇다’는 뜻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냥 쓰다듬을 뿐입니다. 말을 해도 고작 입속말로 웅얼웅얼하는 것입니다. 밥상 둘레에 앉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가난한 아버지의 손길 같은 것. 강보에 아이를 받는 어머니의 반갑고 촉촉한 눈길 같은 것. 동생의 손을 꼬옥 잡고 데려가는 예닐곱 살 누이의 마음 같은 것.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조그맣고 작은 넓이로 둘러싸는 것. 차마 잘라 말할 수 없는 것. 그런 일을 쓰다듬는 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느린 걸음
내 삶의 리듬은 내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자주할 일입니다. 지금 나를 이곳에 데려온 당사자는 바로 나인 것입니다. 내가 내 삶의 중심입니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