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미술이론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하기 때문에 어려운 책들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하이데거, 벤야민, 들뢰즈, 보드리야르, 아도르노 등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 나는 철학가들의 사상과 미학의 결합을 읽어내는 과정은 아주 곤혹스럽습니다. 그럴 때에 책장 속에서 비장의 무기, 여가용으로 꺼내들 수 있는 책이 바로 <뉴욕 미술의 발견>이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트렌드라는 것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미술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故 백남준 선생님이 2000년에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자신의 회고전을 했을 때였습니다. 미술관 관장인 크렌스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 "Excuse me"를 연발하니까 백남준 선생님이 화를 내면서 호통을 치셨죠.
"미국에서 40년간 생활하면서 너처럼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들 알아듣는데 왜 너만 알아듣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 미술계에서도 저마다 회고전을 개최하고자 했던 백남준 선생님. 그가 아트 스타로 발돋움한 것과 불모지와 같은 우리나라 미술의 현주소를 매치시켜보면 묘합니다. 마치 스케이트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선수가 탄생한 것을 떠올리게 만들죠. 언젠가 이런 세계 속의 당당함이 한국 미술을 뉴욕, 런던, 파리 못지 않은 세계적인 미술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세계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한국의 젊은 패기를 가진 작가들과 일관성 있는 주제로 성실하게 (그것도 경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만드는 중견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 보다 자세한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http://blog.naver.com/yvestanguy (메뉴 : 다시 읽는 책) - <뉴욕 미술의 발견> 정윤아 지음
말하지 마라. 네 입은 작다. - 이누이트 격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