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태어나서 살 만한 세상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소설은 “세상은 살 만 하다”고 말한다.
당연한 메시지이지만 호소력이 제법 강하다.
그 호소력의 근원은 보편성이다.
[해피 버스데이]라는 한 편의 아름다운 성장동화를 읽으며 새삼 느끼는 것은
사랑이라든가 우정과 같은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이 갖는 힘이다.
소설은 아스카란 소녀의 열 한 번째 생일날 시작해 열 두 번째 생일날 끝난다.
그 1년 사이 아스카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었다 되찾았고,
생의 방향타를 잃고 헤매던 오빠에게 몸바쳐 일할 대상을 찾아줬으며,
사랑하는 법을 잃은 아빠 엄마에게 눈물과 따뜻한 마음을 선물했다.
‘이지메’로 얼룩진 학교를 사랑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시한부 생명을 사는 친구가 웃음을 머금고 먼 길을 떠날 수 있게도 했다.
모든 기적은 1년 사이에 일어난다.
아스카는 열 한 번째 생일날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엄마의 저주를 듣고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는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손끝으로 자신을 학대하듯 눌렀던 목에는
아픈 마음의 흔적인 보랏빛 상처가 있다.
학교 양호실에서 아스카는 필담으로 담임선생님께 묻는다.
“선생님은 행복하세요?”, “행복하지”,
“어떻게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완벽을 요구하는 엄마는 마음은 착하지만 능력이 평범한 아스카를 딸로 인정하지 않았다.
항변조차 할 수 없던 연약한 11세의 소녀.
쫓기듯 찾아든 외가에서 뜻밖에도 지금의 자신을 닮은 엄마의 어린시절을 만난다.
할머니댁 정원에는 이모와 오빠, 그리고 자기가 태었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심은
복숭아나무, 배나무,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었지만 엄마 시즈요의 나무는 없다.
“아, 엄마의 어린시절 또한 나처럼 외로웠구나”.
아스카는 엄마를 용서한다. 그리고 목소리를 되찾는다.
아스카는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용기있게 미움의 대물림을 끊는다.
학교에서는 따돌림 당하는 급우 쥰코를 끌어안고,
말못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메구미에겐 친구가 돼 따뜻한 작별을 선물한다.
아스카의 열 두 번째 생일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련해 둔 손녀의 생일축하 자리에
오빠와 할머니, 메구미의 엄마, 쥰코, 그리고 선생님이 모였다.
할머니와 화해한 엄마도 서툴게 만든 축하 케이크를 들고 나타난다.
출장갔던 아빠가 헐레벌떡 달려들어온 건 그때였다.
“해피 버스데이”를 외치며.
사랑을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에 인생은 살 만 한 것 아닐까.
아스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생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모든 이의 생일은 ‘해피 버스데이!’여야 한다”고.
부모에게는 자녀와의 관계맺음을 다시 생각케 하고,
아이들에게는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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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아오키 가즈오
역 자: 홍성민
출판사: 문학세계사
정 가: 6,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