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뇌’ 등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잡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단편모음집 ‘나무’가 출간됐다. 단편이라고 하지만 소설이라기보다는 콩트에 가까운 ‘짧은 이야기’ 모음이다.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베르베르의 ‘기상천외함’이다.
작가는 한편한편의 글에서 상상력의 극대화를 꾀한다. 어떤 상황의 마지막 지점까지 상상력을 밀고 나간다. 예를 들어 수록작 ‘투명 피부’를 보자. 과학자인 주인공은 피부를 투명하게 만드는 물질을 발명했다. 쥐와 원숭이를 거쳐 자신의 피부에 이 물질을 실험한다. 그 결과 몸의 혈관과 장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새로운 인간이 탄생한다. 처음에 이를 본 사람들이 기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괴물 취급을 받는 주인공은 서커스단에 들어가 자신의 장기(長技)를 마음껏 발휘한다. 관객들은 이를‘ 또 하나의 마술’처럼 여기게 되고 주인공은 마침내 자리를 잡는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자가 등장한다. 공중 그네 곡예사인 그녀는 우연찮게도 한국 여자다(베르베르의 ‘한국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주인공에게 ‘변화는 두렵지 않다, 정체와 거짓이 훨씬 더 나쁘다’며 깊은 입맞춤을 한다.
또다른 수록작 ‘황혼의 반란’에서는 사회의 폐기물 처지가 된 70세 이상 노인들의 반란을 그리고 있으며, ‘바캉스’에선 루이 14세 시대로 바캉스 여행을 떠난 관광객의 모험담을, ‘수의 신비’에선 숫자 10이상을 세는 것이 엘리트의 요건이 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왜 이처럼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것일까. 베르베르는 서문에서 “(만일 인간이 투명한 살갗을 갖게 된다면 하는 식으로)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장편소설들의 생성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편소설을 쓰는와중에 ‘빠르게 지어내는능력을 유지하고 싶어서’ 매일 저녁 한시간씩을 할애,단편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고백이고 보면 이같은 ‘짧은 이야기 모음’이 베르베르 작품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세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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