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제130회 나오키상 수상작품이자,〈냉정과 열정사이〉에쿠니 가오리 단편집.
에쿠니 가오리가 2003년에 쓴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는〈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저자 특유의 냉철함과 상처 입은 삶에 대한 쿨한 마이너리티 정서의 세련된 표현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사람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사랑조차-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라는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랑에 대해 가슴 깊숙이 물음표를 던지며,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들게 한다.
"이렇게 같이 있잖아."
우리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라고 아키미가 눈으로 말한다. 당당하고 반듯하게. 내가 기뻐하며 웃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눈빛을 따라 웃고 만다.
「열대야」 중에서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시호가 말했다.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골」 중에서
루이와 헤어진 지 반년이다. 상실감은 나츠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표면적으로나마 아무 탈 없이 생활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루이와의 정사가 나츠메에게 남긴 것은 봇물이 쏟아진 듯 무수한 기억이었다. 자신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한때의, 사랑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 나갔던 한때의, 본질적인 기억이었다.
그러나, 정사는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나츠메가 그것을 끝내기 전에, 모든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중에서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 않다.
조심하고 주의하고, 그래봐야 어리석은 짓이다.
당연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주의 따위 내던지고, 흥분하고 들떠서 영원이니 운명이니 이 세상에 없는 온갖 것을 믿으면서 당장에 동거든 결혼이든 임신이든 해버리는 것이 좋다.
「손」 중에서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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